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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Nov 04. 2022

문화재단 생존기 7탄_예산... 너...

예산... 짜는 법... 문화재단... 돈... 어디서 오고 어디서 가나


무려 7달만에 키보드를 잡았다. 

최소한 한달에 글 하나씩은 올리자던 스스로의 약속이 무색하게 엄청난 공백을 만들어버렸다



놀랍게도 나는 아직도 현직이다.

퇴사를 하지는 않았다.


6개월간 글이 뜸했던 이유는 ...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냥저냥 바빴던 메인 행사와 사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브런치가 생각나서

오늘도 키보드를 잡고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휘갈겨 본다.



문화재단 예산은 어떻게 받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TV에서 보던 여의도처럼 멱살잡이하고 망치 땅땅치나?



종종 악성 민원인들이 하는 이야기

"마!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살면서 !!!"



문화재단 그 세금, 그 예산 어디서 오는건지

어떤과정이 있는건지 궁금하지 않은가?




오늘은 문화재단에 일하면서 매년 겪는 고통,

그 안에서 겪는 실무진으로서의 애로사항과 불편함...

1년 예산농사를 하는 과정을 적어본다.





예산편성 
 1년의 농사를 위한 초석 다지기



문화재단의 1년 사업 루틴은 그 전년도부터 이어지는데 보통은 10월부터 내년도 사업을 위한 예산편성이 진행된다. 역설적이게도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보다 예산이 먼저 정해진다.

(뭘 할지 모르는데 일단 예산범위부터 정한다. 우리가 뭘 할 줄 알고......)



보통 예산의 범위는 눈치껏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내 사회적 문화재단과 관련한 분위기가 좋다면, 그리고 꼭 필요한 기관 건립이나 위탁에 관련해 있다면 해당 예산을 보통은 10~20%가량 증액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거나, 문화재단에 대한 사회적 유대가 없다면 짤없이 동결 혹은 감액이다.



대략적인 범위를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나면

예산에 대한 세부산출내역과 세출예산서를 출자출연기관의 상위인 지자체 혹은 광역시도에 제출하게 되는데, 이 때 내년도 사업의 대략적인 사업일정과 목표와 방향이 설정된다.

(산출내역이란? 밍밍의 브런치 인쇄비 10,000원*100권)



그리고 이 때부터 경영팀과 부서장이 고통을 받는 시기가 도래한다.

예산은 삼파전이다. 출연기관-상위기관(지자체,광역)-의회 이 세곳을 고루 돌며 설득과 이해의 시간을 갖는다.  먼저 주무부서와의 확인을 걸쳐 뼈아픈 계수조정을 진행한다.

(구청에서는 00원에 했는데, 너거는 왜 000원이 필요함??)


주무부서에서 신나게 썰린 예산서를 쥐어들고

실무자는 다시 그 예산에 맞춰 사업을 짠다.

(엑셀은 이미 최종, 최최종, 최최최최치ㅗ종, 진짜 최종으로 제목이 업그레이드 되는건 덤이다)


예쁘고 깜찍하게 다시 작성된 예산서는

이제 의회로 넘어간다. 의회에서는 예산결산위원회를 통해 해당 지자체에 맞는 예산이 적절한지 여부와 여러가지 결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 길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예산이 확정되면,

재단으로 출연금이 내려온다.


우리는 그 출연금과 함께 또 1년 농사를 준비한다.

1~3월에는 사업의 뼈대가 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부 결재를 받고 또 다시 사업을 하고...


이 재단에서만 벌써 5번째 맞이하는 예산작업이지만 늘 고달프다.

문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그리고 그걸 결정하고 논의해야하는 워킹그룹의 미진한 지식과 더불어 뼈아픈 인신공격들은 적은 월급에도 공공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실무진들의 사기와 사명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들은 정치적인 부분과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

특히 올해에는 서울 22개 자치구 문화재단 중 4개의 대표가 바뀌었고, 6개의 문화재단의 대표가 현재 공석인 상황에다가 공공의 예산은 전반적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문화예술.

빅스탭, 불경기, 부동산불안정과 같은 사회문제가 대두되어

문화관련 예산도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전반적인 삭감이 예상되고 있는 현황이다.

(또르륵)



예산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쓰는 것도 괴롭다.

수의계약의 범위, 계약심사, 일상감사...

예산을 쓰기위한 수 많은 행정절차는 가끔씩은 어지럽다.

가끔은 지급을 위한 결의서류만 100페이지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나무야 미안해)


예산집행 과정에서는 구청과 싸우기도 했다.

(예술가 출연료 비교견적 가져오라는 소리에 기함했다. A예술가는 A예술가가 원하는 페이가 있는걸요...? 이 사람을 대체할 사람이 있어요? 예? 비슷한 급이요? 예술가는 소고기가 아니잖아요.)




돈, 예산 중요하다.

왜냐면 재단을 구성하는 것들은 전부 국가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흩날리는 벚꽃마냥 왔다갔다하는 상황에 재단은 정치적인 기관이 될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면 준정부기관이니까.




하지만 최소한 재단이 고민하고 제출하는 것에 대한 부분들을

단순히 숫자 싸움으로 여기지 않고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고민해주는 것은 어려울까?

예술의 특수성, 문화를 고려한 유연한 방식의 집행방법은 없을까?



오늘도 쌀쌀한 날씨와 함께 퇴근하며

현타가 씨게 오는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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