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메말라 간 여자

by CHOYI

셋째를 출산하고, 나는 일부러 제일 비싼 조리원을 예약했다. 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게 내가 셋째를 낳는 조건중에 하나였다. 첫째, 둘째를 친정엄마가 아픈몸으로 조리도 다 해주고 아이도 두돌이 될때까지 키워줬다. 엄마가 다해주니, 당연하게 우리엄마가 또 조리해주고 애도 키워줄거라 생각하는게 짜증났다. 그래서 나는 셋째 출산 후 처음으로 최고급 조리원에 갔다.


조리원에만 있었지, 남은 아이들의 육아도 출산하자마자 내 몫이었다. 아기 수유하고 조리원 선생님들이 애기 봐주시는 시간에는 아이들 학교와 어린이집 픽업을 했다. 조리원에 와서 재우거나 엄마네 데려다주는 것도 내 몫이었다. 그는 여전히 바쁘고, 내 조리원비를 벌어야 한다고 성질을 내며 잘 오지 않았다. 조리원에서조차도 제대로 몸조리도 못했지만 그저 뭐든 받아내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조리원 퇴소하고 나서도 일상은 똑같았다. 책임져야 할 아이가 한명 더 늘었고, 나도 바빴다.

셋째를 낳은 큰언니를 도와준다고 1살차이 둘째와 10살차이 막내동생이 자주 집에 왔다.

막내는 겨우 열여덟살이었고 아기가 아기를 봐주고 예뻐해줬다. 나는 내 가족에게 짐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찾고 또 찾았다.

남편이란 사람은 있으나마나한 존재였다. 그렇게 바쁘다고 하면서 제대로 된 생활비를 가져다 준 적 없어서

가끔 와서 필요한거 사야된다고 마트가자고 하면 계획도 없이 눈에 보이는대로 카트에 집어넣었다.

아이들하고 외식이라도 한다고 하면 제일 비싼집이나, 배가 부른데도 애들 먹인다고 가득 시켜댔다.

언제 사줄지 모르니까,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한 가족이었다. 남편이 나이차가 있었지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든든한 아들셋도 있는 금슬좋은 부부였다. 딱히 밖에서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외적으로 다정한 척 할때는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만 뀌었다. 세상 애처가인척 하는게 꼴보기 싫었다.


그렇게 나는 손으로 잡으면 바스스 으스러지는 낙엽처럼 서서히 메말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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