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여행, 카페 여행]
[이 글은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하던 미팅이 '어쩌다 커피 여행'이 된 것을 기록하는 것으로
돈을 받고 적는 광고성 글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의 커피 여행기임을 알려 드립니다]
보뚱치89.
참 특이한 이름이다.
팀장님이 제안한 카페 여행지를 확인하고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이런 호기심 속에 '어이구! 이 직업병~'이라고 탓하며
비 오는 수요일 길을 나선다.
보뚱치 89라는 카페명은
보뚱치길 89라는 도로명에서 따 온 것이었다.
그리고 도통 알 수 없었던 보뚱치라는 말은
'보를 막은 뚝방'이라는 뜻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곳 카페 앞에는 작은 하천이 있는데
그 천을 따라 뚝방길이 있다.
그래서 이 동네를 보뚱치라고 부르나 보다.
아마도 어른들이 사용하시던 용어를 도로명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난 우리말을 살려서 만드는 이런 표현들이 참 좋다.
카페 앞 뚝길에는 계절을 잃어가는 라벤더가 있었다.
아마도 카페에서 심어 놓은 듯 카페 앞에만 피어 있었는데
8월 하순의 날씨에도 그 보랏빛 우아함을 잃지는 않고 있었다.
보뚱치89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커피는 물론 다양한 물건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커피와 함께 베이커리와 브런치는 물론
여러 가지 상품들이 1층 매장에 전시되어 있어
다양한 눈요기거리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카페는 공장을 재생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런 컨셉으로 만들었던 것이라는 걸
카페에 있는 사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1,2층으로 나누어진 카페의 공간을 둘러보다
식물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2층 통창 옆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도 열려 있어 시원한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우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주문하면서
아침에 갓 만들어 나온 에그타르트와 까눌레를 추가했다.
이곳도 역시 코로나라는 이유로 일회용 컵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일회용 포크에 일회용 나이프까지,
모두 한번 사용하고 버려야 해서 마음이 아팠다.
거창한 지구지킴이는 아니지만
'나 하나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에
아주 오래전부터 가방 속에는 늘 장바구니가 들어 있었고
단지 편리하다는 장점만으로
바로 버려야 할 것들을 사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팀장님과 나는 그런 면에서도 유사한 성향이라
우리는 다음 커피여행부터 일회용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우리의 잔을 가지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보뚱치89의 로고에는 귀여운 오리가 들어 있었다.
보뚱치 천변에 오리 떼들이 날아와 머물다 가기에
그 오리를 상징으로 사용한 듯하다.
이 정도 감각의 사장님이라면
카페에서 사용하는 잔은 어떠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도 좋고 커피맛도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종이컵 냄새가 커피맛을 감소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다 마시지 못하고 커피를 남겼다.
많이 아쉬웠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온실 같은 유리천정 위에서
비가 춤을 추며 노래를 했다.
빗소리와 음악소리에 흠뻑 취해
고단한 업무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이어서,
비슷한 감성의 팀장님이라서,
더 좋았던 보뚱치89의 커피 여행.
아쉬움을 남긴 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다음 주 커피 여행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