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경 Mar 12. 2022

가능성 추측의 맹점

  항간에 XYZ 이론이라는 게 있다.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 할 것이다.’라는 건데, 여기에서 Y는 표적이고 X는 가능성의 백분율, Z는 기대 행동일 경우를 말한다. 이런 짭조름 달달한 감언이설을 당신은 절대로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노선버스 564-2번 버스와 1005번 버스의 종점은 확실히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 중 적어도 60%는 선거를 치를 것이고, 최소 40%는 아무개를 찍을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아무리 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인들 적어도 30%는 선거에 참여할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는 근거없는 통계를 차용한 추측이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심은 접어두고, 이것이 이른바 연역적 가능성 추측이라는 학을 전적으로 무시한 인문학적 접근의 엉터리 해법이다. 만약 추리의 결과가 빗나갔다면 믿고있던 귀납 논리에 제대로 말려든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거룩한 명분일 망정, 본시 정치 행위란 잡놈들의 정권찬탈 쌈치기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고 또 잊어먹지 않는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 미친 수학자가 버스에 타자마자 눈이 뒤집힌 채 식칼을 들고 위협하며 승객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찍지도 않았는데, 지들 맘대로 국가수반을 정하고 나눠먹기 놀이를 해! 이런 x팔 세상이 미쳐서 나도 미쳤다! 홧김에 당신들 모두를 미분해버리겠어! 그래도 성에 안차면 미분 후 죄다 적분을 할 거야!"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고 버스에서 내려 도망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여자 한 명이 남아 있었다. 미친 수학자는 뻘쭘해서 그 여자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 뭐냐? 내가 겁나지 않아? 너를 이 식칼로 갈갈이 미분을 해버릴 텐데도?"

  휴대폰으로 온라인 게임에 열중이던 그 여자는 무심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뇨. 겁나지 않아요. 난 자연로그  e^x 예요."

"헉.....!"

  e^x는 도함수가 자기 자신인 유일한 함수다. 미분을 해봐야 그냥 e^x일 뿐이다. 미방을 풀어나가는 테크닉을 멋지게 구사하고 있는 여자에게 된통 당한 미친 수학자는 여자에게 슬그머니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졌다... 인간의 유일한 천적은 인간이지. 그래, 강적이 없다면 세상은 하나도 재미가 없는 법. 내가 졌으하는 수 없다.  내가 나를 미분하는 수밖에..."

  이윽고 수학자는 식칼로 제 살을 도려내기 시작했고, 그 여자가 탑승한 버스는 별없었다는 듯이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했다.


  본시 적은 당신보다 당신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파악하는 사람이다. 당신의 적은 늘 당신의 맹점과 허점을 생각한다. 따라서 적이 보고있는 당신의 모습은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만약 당신에게 적이 없다면 당신의 인생은 지금보다 개선될 설계변경의 여지가 거의 없다. 적과의 동침은 그냥 영화제목일 뿐만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정리해보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내는 적이 분명하다.)


문 1: 다음의 물음에 하나를 선택하시오. "내일이 오면?"

A. 설마, 그럴 리 없다.

B. 오늘이 어제로 바뀐다.

C. 이미 내일이 아니다.

D. 모래가 또 올 거다.

E. 세금을 내야 한다.


답: 없음

해설: A를 골랐다면 사형수이거나, 아니면 현금을 제외한 모든 것이 다 부족한 임종 상태일 것이다. B를 선택하였다면 말장난을 좋아하는 낙천주의자 이거나 영생론자가 분명하고, C를 선택하였다면 무한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수학자 일 것이다. 혹여, D를 선택하였다면 앞길이 창창한 10대일 확률이 90% 이상일 것이고, 마지막 E를 선택하였다면 월급쟁이가 아닐 확률이 99% 이상 일 것이다.

  묻고 싶거니와, '내일은 이미 내일이 아니다'라는 답을 선택한 수학자(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그의는 과연 무엇일까...?


이전 10화 설계수명의 도적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