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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Jul 29. 2022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 수법의 거래

파생상품(派生商品)의 확률 거래에 관하여

  파생상품이란 팔 수 있는 상품(물건)에서 갈라진 변칙의 상품이라는 뜻이다. 회계상의 표현으로는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을 바탕으로 덤으로 생긴 금융상품을 말하지만, 이런 엉터리 사기 상품은 원래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믿도록 설계하여 만들어 기괴한 상품이다.

  알고 있다시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서 기초자산이란 주식, 채권, 내지는 곡물과 같은 농산물이나, 원자재, 석유, 금 같은 실물자산을 말한다. 총자산이란 갚아야 할 빚을 포함한 부채는 물론이고, 거래의 객체가 되는 모든 종류의 자산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팔리건 아니건, 거래의 주체 대상만 있다면 팔 수 있는 모든 것들 이를테면,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변동지수 같은 전혀 쓸모없는 추상적인 개념도 내다 팔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또한 유예 기간이 도래한(만기일) 기초자산의 가격뿐만이 아니라, 가격 변화의 과정이나 심지어 그 변수마저 상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희안한 것들은 기업이 만든 상품이 아니라 거간꾼(금융공학자)들이 탁상에서 대충 철저하게 만들어 내는 그야말로 탁상공론 상품이다.


  파생 거래와 현물 거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특정 자산과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거래하는 행위 그 자체를 상품화한 것으로서,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라는(?) 시루떡 같기만 한 것이다. 여기에서 수학적 확률에 근거한 고도의 연산 작업과 집합군의 메트릭스 계산방식은 이런 복잡한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일 때 필수요소가 된다.

  심지어 거래 가능성을 예측하여 거래의 시점마저 뽀개 또 다른 파생 수단의 거래로 삼을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골치가 아프다. 그러나 어렵게만 생각되는 파생상품의 거래는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쉽다. 예를 들어, 농촌의 밭떼기 거래는 선물거래에 해당되고 혹여, 밭떼기 상품에 손해를 볼 경우를 감안하여 보험을 계약한다면? 이건 헤지펀드의 옵션 종류에 해당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전세계에서 거래가 되는 모든 금융의 파생상품은 3가지 기초상품인 선물, 옵션, 스왑을 말하는데, 핵심은 기초자산이 무엇이고, 그러한 기초자산이 미래에 도래할 위험을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의 조합에 따라 천태만상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니러니하게도 뻔히 알면서 눈감고 사기 치기 쉽고, 또 알면서 눈뜨고 사기당하기 쉬운 이율배반적 요소의 맹점을 지닌 지구상 최고의 허가받은 사기성 상품들이다.


  순진한 공학자나 과학기술자들이 쫄딱! 망하는 대표적 수단이 수학적 계산의 조합과 확률의 질서가 만만해 보이기만 하는 파생상품에 혹하여 여기에 돈질(투자)을 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미래 시점의 손익을 현재 시점에서 철저히 계산하여 결과를 예측한들, 변수 집합군의 메트릭스가 만만치 않아 마치 룰렛 도박판의 찍기 선택처럼 예상은 뒤틀어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이 판에서 이만큼 잃었으니 다음 판에는 운이 좋겠지라는 섣부른 판단의 확률상 우연은, 기억이나 양심의 집합도 아닐뿐더러 도함수는 더욱 아니므로 수학적 확률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순전히 도박과 다름이 없다.

  동전을 던져 앞뒤를 알아맞히는 게임에서 앞면이 계속해서 다섯 번이 나왔다고 할 때, 여섯 번째 시도에서도 앞면이 나올 확률은 그전과 다름없이 역시 1/2이다. 동전에 양심이 있을 리 없고, 또 동전은 앞에 던진 결과를 기억하지 않는다. 결국 독립 사건을 종속 사건이라고 해석한 것에 따른 오류가 된다. 혹은 결합 확률과 조건부 확률을 혼동하는 가엾은 처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각 확률에 해당하는 문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결합 확률: 동전을 3번 던졌을 때, 세 번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P(A∩B∩C) = P(A) P(B) P(C) = 0.5^3 = 0.125


  조건부 확률: 동전을 3번 던지는데, 첫 번째에서 앞면, 두 번째에서 앞면이 나왔다. 그러면 세 번째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P(A|B, C) = P(A) = 1/2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라는 개념은 양자역학적 확률론과 대동소이하여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위치추적이 요원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위 계산의 경우 직관적으로 알기 힘든 것이 있는데, 그 이유는 특수 규칙인 이미 일어난 일의 확률은 100 퍼센트라는 전제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판단하여, 세 번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이 0.125라면, 두 번 앞면이 나오고 다음 앞면이 나올 확률이 0.5^3 = 0.125 (12.5%)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앞의 두 사건은 이미 일어난 확률이기 때문에 정확한 확률은 1x1x0.5=0.5라는 계산(50%)이 맞다.

  우리가 수학 시간에 확률을 배울 때, 그 개념을 딸랑 행위를 사건의 합으로 나눈 값의 백분율로만 이해시킨 까닭에 확실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면 헷갈리기 쉽다. 동전을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면, 100번을 던졌을 때 무엇이 나올 것인가가 불확실하고, 따라서 100번을 던졌을 때 발생할 온갖 가능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우연이라는 가면을 쓴 착해빠진 확률은 거래의 상황에서 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잔인하기만 하다. 이것 때문에 망한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순전히 개인적 판단에서 별 이상한 거지 같은 파생상품 중에는 날씨를 변수로 하는 파생상품도 있다. 국제적으로 농수산업은 날씨 때문에 수익이 엄청나게 변동하기 때문에 날씨에 대한 보험에 가입해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 알려진 정체는 민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하는 짓거리는 국가기관이라는 의심이 팽배한 기업이 있다. 전세계의 농산물 유통에 관한 한 거의 대부분을 울켜쥐고 흔드는 미국의 '카길'이라는 회사이다. 이 기업은 주식회사도 아닌 순전히 개인회사 임에도 불구하고, 자체 보유한 기상 위성만 수십여 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즉 기업으로 위장된 국가기관이라는 의심을 받을만도 하다. 하기사 미국의 지하금융 황제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 역시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상 위성만 수십대로 알려져 있다.

  전력회사 중에서 화력이나 원자력은 무관하지만, 태양광 발전회사나 수력 발전회사들은 날씨 파생상품을 상당수 거래한다. 태양이나 수력 같은 경우는 가뭄이나 비 등의 기상 상황 때문에 발전량이 출렁거리므로, 이를 헷지(방어)할 강력한 수단이 필요한 이유에서 이다.


  웃기는 건, 기상이란 본시 지구의 대기에서 부유하는 유체 밀도나 기압의 유동상태 변화라서 간단히 유동해석으로 가능하리라 생각이 되지만, 이건 밀레니엄 미해결 문제인 나비에 스톡스 방정식을 준용한 수식 만으로는 기상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전산유체해석을 수행한들 엉뚱한 결과 값을 제시하므로,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기록된 근거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체화하여 고차원의 방정식을 수립하고,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여 확률에 근거한 기상 예측을 한다는 점이다.

  궁금한 점은, 이 고차원 방정식의 수립에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까지 설계 변수로 감안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 


  신의 주사위 놀음 같기만 한 확률 게임에도 일정한 규칙은 확실히 존재하는지,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 수법의 거래 대상인 기상예측에 관한 방정식의 가격은 가히 천문학적 수준으로 감히 가격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쯤 되니 유체 전공이나 기상 전공의 공학자보다 억울하게 등 떼밀려 복잡한 방정식을 수립하는 수학자가 세상의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주범으로 오해받아 비난의 화살을 맞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한번 물어보자!


"직업이 원래 수학자 이신가요?"

"아뇨,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 수법의 방정식을 파는 시루떡 장사를 합니다."

"도무지 소리 신지...?"

"방정식을 팝니다... 수학은 취미일 뿐, 직업은 아닙니다."

"히야! 그런 걸 사가는 사람도 있나 보군요. 그런데 가격이 궁금하군요?"

"미안하게도, 그건 영업비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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