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승진, 성과급 등 거의 모든 부분이 그랬다. 부러 찾아가 말을 비추기도 하고 은근슬쩍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에 못 미치더라도 그저 참고 견뎠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나는 똑같았다. 못남을 자책하면서도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이 남루.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싶었다. 그동안은 내 실적을 증명할 데이터가 없었다. 일 잘한다고 내 입으로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고 사실 그 정도의 업무처리는 누구나 다 한다. 그런데 부서평가가 있었다. 연초에 수많은 평가지표가 내려오고 일 년 동안 부서원들과 부지런히 실적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부서평가는 외부 전문가로 이루어진다.
그런 평가에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가 걸려오고 부러움과 칭찬이 이어진다. 종무식에서 표창을 받고 포상금도 받는다. 포상금이라야 삼십 명 내외 부서원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정도 먹을 정도고 실상은 평가로 인한 개인 성과평가 등급 결정이다.
승진에 중요한 잣대는 근무성적평가로 대부분 연공서열을 따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성과급은 경력이 낮아도 실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는 일종의 인센티브인 셈이다. 우수한 등급으로 부서장은 리더십을 인정받아 뿌듯한 자긍심을 갖게 되고 부서원은 자신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인정받는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서는 우수하다고 인정을 하면서 그 부서장의 개인성과가 B급이라면 한마디로 나는 개차반이라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며칠 뒤 성과급 재심사 결과를 알려왔다. 변동은 없었다. 객관적 자료가 명백했기에 혹시 달라질 수도 있다고 기대했던 게 잘못이었다. 처음 통보받았을 때보다 더 기분이 나빠졌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으니 모든 일에 짜증이 났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직원들에게 공연히 짜증 섞인 말투를 건네기도 하고 소소한 민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은연중 나는 B급 상사니까 이래야 맞는 거 아니냐고 참 좀스러움의 극치를 달렸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마음속 심통 상자가 체념 상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갓 담아 풋내 나던 김치가 산소를 만나 발효되어 시큼한 김치가 되듯이 그렇게 시간은 본래의 성질을 변화시켰다. 잘 익은 김치처럼 괴로움도 삭아져 갔다.
다만 한 가지, 앞으로 이대로 당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리고 수년 전,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던 ‘공무원 성과급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공무원 보수체계에 성과급제가 적용된 것은 2001년이었다. 도입될 당시에는 민간기업 방식의 성과 측정 시스템을 공직사회에도 적용하여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1년간 업무실적을 평가하여 총 4개의 단계(S, A, B, C)로 구분한다. 기준금액은 기관별로 조금씩 다른데 S의 경우 기준금액의 170%, A는 120%, B는 80%, C등급은 0원이다.
게다가 성과급 차이도 개인한테는 충격적인데 측정된 업무성과 등급이 낮은 경우 저성과자라 하여 보직 박탈, 보수 삭감, 재교육 이후 퇴출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마련하였고 지금까지도 주요 골자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는 자신의 의지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리를 옮기고,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공무원 인사시스템에 성과주의 보수가 적용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문제 삼았다.
이를테면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향해 각기 주어진 업무에 몰입하는 스타일이지만 공공영역은 ‘최고의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 자체가 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가 없다. 데이터가 보편적이고 일률적일 리가 없었다.
결국 성과를 측정할 객관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직사회에 성과급제를 실시하다 보니 투명성과 객관성의 부족으로 ‘행정서비스의 개선이 아니라 평가만을 위한 평가로 전락하면서 조직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한다.’라는 주장이 있어 왔다.
인터넷 블로그만 찾아봐도 여전히 성과급은 업무성과나 리더십 등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받는다기 보다 연공서열, 평가자와의 친분 등 비합리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조직 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요즘도 공무원노조에서는 성과상여금 제도 개선과 균등 지급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미 고착화된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없앨 수 없다면 행정안전부는 평가방식을 자치단체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하면 어떨까 한다. 그래야 몇몇 소수의 장난질에 울고 불고 하는 선량한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