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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one Aug 16. 2024

손해라고 느껴진다면

= 찐 손해

 딸 둘이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든 순간들은 잊히고 그래도 둘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어김없이 기분 좋게 시작한 놀이는 둘째의 씩씩거리는 심상치 않은 숨소리, 벌겋게 부푼 볼, 힘을 주어 치켜뜬 두 눈으로 그 마무리를 짐작하게 한다. 사이좋은 놀이의 끝은 언제나 첫째와 둘째의 티격태격 소소한 말다툼이다.


 "엄마, 한 번 주면 끝이잖아? 줬다가 뺏으면 못난 사람이라고 그랬잖아? 언니는 못난 사람이야!"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엄마, 언니랑 나랑 거래를 했어. 서로 마음에 드는 걸 주고받기로 했단 말이야.

  근데 언니가 줬던 걸 다시 돌려달라고 그래. 한 번 주면 끝이라고 엄마가 전에 말했잖아. 언니 진짜 나빠."


 둘째는 첫째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고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한참을 억울해하면서 결국 또르륵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말았다. 언니와 같은 것을 사 주겠다는 나의 다짐을 받고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르며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첫째를 불러 동생에게 준 것을 왜 다시 뺏은 건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첫째는 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함께 놀다 보니 동생의 억지스러운 태도에 준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 더 손해 본 느낌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첫째는 원래 자신에게 있던 것을 돌려받았을 뿐 동생의 원망을 듣게 되었고, 엄마에게서 혼까지 났으니 더 큰 손해를 보게 된 꼴이다.




 사업은 내 것을 내어주고 남의 것을 받는 일종의 거래이다.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어 줄 내 것과 받을 남의 것 사이에 대등한 등호가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등호가 부등호가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쪽은 이익을 다른 쪽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언가 손해 보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자신이 뭔가 부족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다음에 더 등호에 집착하거나 오히려 내가 더 이익을 보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된다. 그러나 내가 아가밥을 해 보니 이 줄다리기의 순간에서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 무슨 생각을 선택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이익과 손해의 단순한 논리로 보면 소비자는 지불한 대가만큼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가지거나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나는 사업하는 사람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대가 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장사, 사업에서 어떻게 손해 보고 주라는 말이냐며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얼핏 보면 세상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아가밥을 하면서 내가 몸으로 직접 부딪혀보고 깨달은 것이다. 내가 더 손해를 볼 때 더 큰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직접 체험했다.


 아가밥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친환경, 무항생제, 무농약을 인증받거나 생협에서 나오는 제품들을 식재료로 사용했다. 싱싱한 국내산 식재료를 쓰고 싶어서 거의 매일 김해에서 30분 이상 가야 하는 양산에서 장을 보았었다. 너무 더운 여름에는 애호박이 녹아버려 한 상자에 3만 원 하던 것이 8만 원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대파 가격이 치솟아 육수 내는 대파값만으로도 한숨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비싼데도 금방 물러지는 국내산 양파와 또 빨리 썩어버리는 흙당근과는 달리 싸고 오래 두어도 싱싱하고 단단한 중국산 양파와 당근을 사고픈 유혹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재료값이 전체 가격의 30% 정도를 차지하면 적당하다고 하나 아가밥은 재료값이 메뉴에 따라서 40%~50%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아이들 음식이다 보니 잘게 썰어야 하고 어른반찬과는 조리법도 달라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니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이런 이유로 반찬 1팩이 5000원, 5500원 정도에서 결정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내가 소비자라고 생각할 때 이 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 맛있는 이유식과 반찬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내가 돈을 주고 같은 양을 넣기로 마음먹었다. 직원들은 이렇게나 많이 주면 손해 아니냐고 나에게 말했지만 솔직히 손해인지를 계산기 두드려 볼 여유도 없었고, 지극히 개인적이었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당장 내가 사 먹을 거 같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 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나에겐 요령껏이란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남을 속이는 것도 싫었고, 맛과 양에서만큼은 다른 곳보다 뒤지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 주머니를 걱정하던 직원들도 점점 아무 말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왜냐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주문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 엄마 친구들은 또 다른 아기나 아이 엄마인 것을 그즈음에 알게 되었다. 조리원 동기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친구들 엄마이다해서 아가밥 고객들의 친구분들은 같은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대부분이었고 또 다른 아가밥의 잠재고객이었다.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1명의 고객 뒤에 10명, 20명 아니 몇 명이 고객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음식의 맛과 양도 중요했지만 좋은 식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아가밥이란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에 대한 신뢰감이 모여 소비자의 돈보다 가치를 제공할 있었다.



 

예전에 알던 분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씀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결국 0이다."


 결국 모두 같다며 너무 아등바등 애쓰면서 살지 말자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지금 당장 이익인 거 같아 보여도 또는 손해인 것처럼 느껴져도 결국은 0이라는 조화와 균형 속에 있다는 말인 거 같아서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0이라도 플러스 마이너스의 값들은 제 각각일 것이다. 내가 큰 플러스를 원한다면 먼저 큰 마이너스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해라고 느껴져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한다면 더 큰 손해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어차피 주려고 했던 거 웃으면서 쿨하게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장으로 거듭나는 것이 사업 확장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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