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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one Aug 02. 2024

기세가 약하면

= 도망자

 2024년 파리 올림픽으로 한층 더 뜨거워진 한여름이다. 양궁, 사격, 펜싱, 탁구, 유도 등의 경기에서 한국의 메달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시차로 인해 아이들과 밤마다 올림픽 경기를 보며 짜릿한 열대야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경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눈빛과 표정, 분위기를 보면 기세가 남다름을 느낄 수 있다. 각오를 다지는 듯 매서운 눈빛과 앙다문 입술의 선수 표정에서 긴장된 태도가 느껴진다. 곧게 뻗은 허리와 경기장에 입장하는 당당한 걸음걸이가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있고 진지하다. 텔레비전 너머까지 전달되는 선수들의 기세에 덩달아 호흡을 고르고 집중하며 경기를 보게 된다.  


 경기장을 장악하고,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까지 전달되는 선수들의 높고 힘찬 기세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훈련과 수많은 연습을 통해 갈고닦은 실력에 바탕을 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나는 전문성이 곧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알고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이것이 힘찬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흔히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남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거나, 남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돈이 남에게서 나에게 오는 흐름대로 사업도 남에게서 나에게로 집중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남에게 집중된 아이템의 선택지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잘 아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유식 & 아이반찬 가게인 '아가밥'의 경우 대기업의 이유식은 많이 있었지만 무항생제, 친환경의 신선한 재료에 정말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정성을 더하고자 하는 아기 엄마들의 욕구를 해결해 주기 위한 아이템이었다. 이유식은 15개월 전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었고, 이유식을 만드는 것은 자신들의 반찬도 사 먹는 젊은 엄마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물론 나이 60이 넘으신 엄마는 내가 아가밥을 처음 시작한다고 할 때 이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유식 그거 죽 아니냐? 죽 만드는 게 뭐라고...... 더군다나 아기들 먹는 거면 간도 안 할 건데 그러면 만들기 더 식은 죽 먹기지. 아니 근데 그걸....... 사람들이 그걸 사 먹냐?"


 예전 베이비페어에서 대기업 이유식 코너에 길게 줄 서 있던 임산부, 아기 엄마들을 떠올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엄마에게 '네에! 대부분, 무진장, 많이들 사 먹여요'라며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아가밥'은 타깃층이 좁았지만 대기업의 이유식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맛과 서비스를 가진 김해의 유일한 이유식 & 아이반찬 가게였다. 가게는 큰 대로변에 있어 간판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것들도 파는구나' 싶을 정도로 의아해하면서도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각인되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새로운 것이 처음 생겼으니 그에 따르는 선점효과도 확실히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평소에 요리에 관해 관심도 없었고, 이유식과 아이반찬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좋아하고 즐겨하던 일과도 참으로 무관했다. 나는 전문성에서 꽝이었고, 그러다보니 기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해진 기세로 가게, 사업하는 공간을 장악하기 힘들었다. 가게에 들어오면 뭔가 주눅이 들어 주방에서 일하는 두 직원과 배송 기사들의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며 전전긍긍했다. 어릴 때, 내가 만지면 다 고장 났던 기계들처럼 가게 안은 내 손이 닿기만 하면 무언가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배달전표를 뽑는 포스기는 낯설기만 했고, 업소용 가스레인지는 엄청난 화력 때문에 불을 켜는 것조차 무섭게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지 두 직원의 안쓰러운 듯한 눈빛 또한 견뎌내야 했다. 고객들의 상담, 문의, 불만 전화라도 몇 번 받는 날에는 예민함이 극에 달해 미간의 주름이 펴지지가 않았다. 주문도 많지 않은데 우왕좌왕하며 실수하고, 연신 여기저기에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때였다. 남에게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자라며 살아온 삶이었는데 '죄송하다'고 말하며 내 실수를 인정하는 나날들이 견디기 힘들고 괴로웠다. 


 아, 도망자의 심정이 이러할까? 오장육부가 쪼글아들어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조금만 먹어도 소화되지 않아 탄산음료를 벌컥 들이키기 일쑤였다. 누가 뒤에서 추격해 오는 거 마냥 두리번거리고 살피며 도망 다니는 사람처럼 긴장하면서 살아갔던 시간들이었다.    


 더 이상 이대로 계속 그냥 무작정 나아갈 수는 없었다. 

 의지를 다져 기세를 제대로 갖추겠다고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최우식이란 배우의 대사가 생각난다.

영화 '기생충'





  "시험이란 게 뭐야?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거야? 

   그 흐름을 리듬을 놓치면 완전 꽝이야. 

   24번 정답? 관심 없어.

   나는 오로지 

   네가 이 시험 전체를 어떻게 치고 나가는가, 

   어떻게 장악하는가 거기에만 관심 있다. 

   실전은 기세야. 기세! 알았어?"








 

 정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정답이라고 딱히 정해진 길도, 주변에 정답이나 지름길을 알려줄 누군가를 찾을 여유도 없었다. 오로지 어떻게 치고 나가는가, 어떻게 장악하는가 그 기세를 갖추기 위해 나는 고군분투했다. 우선 시중에 파는 이유식과 아이반찬 책을 있는 대로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그 순간에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책을 보고 요약, 정리해서 기억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유식 식재료의 종류, 효과, 재료별 궁합들을 임용고시 공부하듯이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 사항까지 공부해 고객들과 상담할 때 적절히 말씀드렸더니 고객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 주었다. 

 그리고 부산으로 요리를 배우러 다니며 요리의 기본을 익혔다. 틈만 나면 아이반찬이나 요리책들을 보면서 제철 식재료를 익히고, 어떻게 응용할지, 대량 요리가 가능할지, 같은 재료로 다른 조리법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 고민했다. 요리 선생님과 함께 아이반찬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이 일을 좋아했고, 잘 해오던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내가 하는 일에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가게 안에서 사장이라 느껴지는 아우라가 생기는 같았다. 새로 뽑은 직원이 나를 처음 보고 느낀 인상을 한참 뒤에야 이야기하는데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휴, 나는 사장님이 무슨 한식대가, 전통 장요리 전수자, 사찰요리 뭐 그런 거 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내가 사람 겉모습만 보고 잘 안 속는데 깜박 속았지 뭐야! 진짜 그런 줄 알았어요."





  

 사업도 기세가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거품이 가득한 기세야 금세 사그라들지만, 전문성을 갖춰 자신감에 바탕을 둔 기세는 내 사업을 장악하고, 결국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한다. 







<참고자료>

-1년 안에 부자 되는 법

-역행자

-제로창업

-2배속으로 월급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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