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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one Jul 26. 2024

준비없이 시작하면

= 개고생

 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을 어릴 때부터 교사라는 꿈을 품고 살아왔기에 유별난 반항이나 소소한 방황도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왔다. 태어날 때부터 모범생인마냥 부모님과 선생님으로 대표되던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뭐든 잘 해내서 칭찬 받고 싶어하던 그런 아이였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임용고시 시험보러 아주 전국을 다녀라! 다녀!"

 시험에 떨어져 좌절하는 나의 뒷통수를 엄마의 날선 말들이 한 대씩 치고 갔다. 임용고시 시험에 떨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 해씩 시험을 치다보니 결국 7번의 시험을 보게 되었고, 어느 순간에 나는 7번의 실패를 겪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시험을 치르는 10년의 시간 속에서 5년은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생활을 했고, 결혼도 했으며 아이도 낳게 되었다.

   



 첫째 아이를 낳아 내 얼굴이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한 아이의 눈동자를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 매듭짓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인지,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겨두고 마치 시험 중독에 빠진 사람처럼 독서실로 향했다. 아이까지 맡겼으니 나름 비장한 각오를 품고 공부했지만 결국 8번째 불합격을 확인해야했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났다.

 나는 '어머니'라는 과업에선 도무지 나 자신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8번의 불합격이 가져다 준 열등감, 눈치보며 지내던 기간제 생활이 준 소심함,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보내는 삶이 주는 답답함으로 점철된 나는 뭐가 되었든, 어떤 일이든 시작해야만 했다. 처음엔 전공을 살려 학원을 차릴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미련이 생길 같아 망설여졌다. 정확히 말해 임용고시 중독에 빠진 내가 학원일을 하면서도 시험을 치르게 될까 두려웠다.


 '지금까지 가만히 앉아서 머리 쓰는 일만 했으니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보자. 10년 넘게 한 길을 걸어봤으니 이제는 전혀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거야. 새로운 길을 걷다보면 또다른 나를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잖아!'

 

 

 컴퓨터가 과부하되거나 노이즈에 의해 이상해지면 누르던 리셋 버튼처럼 나도 내 인생의 리셋 버튼을 찾고 싶었다. 그 시점에 지인의 올케가 가게를 차렸으나 갑자스럽게 임신을 하게 되어 차린지 4개월만에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나는 덜컥 그 가게를 인수해 버렸다. 아기 이유식과 아이반찬을 만드는 '아가밥'이라는 가게가 내 인생의 리셋 버튼이 되어주길 간절하게 바랐다. 그렇게 나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상황에 나를 던져 놓았다. 일주일 정도 가게에 나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포스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지인의 올케로부터 이유식과 아이반찬을 만드는 레시피 50여장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임용 고시 공부를 할 때처럼 하면 뭐든 잘 할 수 있으리라- 나의 불운은 임용고시 8번의 낙방으로 모두 지나갔으리라- 막연한 자신감이 나도 모르게 일어났고 그랬기에 겁도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교사가 되기 위해 너무나도 오랜 시간 많은 준비를 오던 때와는 달리 새로운 일 앞에서는 거침이 없었고 준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탈출했다. 그리고 더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상권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시장조사, 사업 목표 설정, 사업 비전의 확립, 손익분기점에 대한 계획, 사업 분기별 계획 및 매출 증대 방안, 경쟁사 분석, 사업 등록의 절차와 세법 등 법률적 측면, 근로자 관리 기준, 브렌딩 및 마케팅 계획 등등 아무런 준비없이 일주일의 시간 동안 얼렁뚱땅 가게를 인수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 때에는 준비라는게 필요한 지도 모를 정도로 백지의 상태였다. 마치 아프리카 드넓은 세렝게티 초원에서 어미를 잃어버린 채 이제 갓 태어난 얼룩말 같았다. 다리에 힘도 없는 어린 것이 그냥 냅다 달려야만 했다. 어디로 가는지 왜 달리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달려야만했다. 결국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을 낳았고, 자신감이라 믿었던 도전은 오만한 나의 태도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가게 인수 후 일주일 내내 울면서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여기서 또 실패한다면 뭐든 안되는 인간으로 스스로 낙인찍어 버릴 것 같아 나는 내 선택에 죽을 힘을 다해 책임을 지기로 마음 먹었다. 월 순익이 500만원 정도라고 들었던 가게는 내가 인수 후 겪어보니 200만원이 적자였다. 물론 필요한 물품을 더 구비하고 좀 더 재정비 했다고는 하나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 사기를 당했다며 가게를 매도했던 친구에게로 잘못을 돌리며 나를 감쌌다.


 나와 나 이외의 것들을 탓하는 것은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나마 알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생각해보거나 미리 계획해야 할 일들을 가게를 운영해 나가면서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야말로 개고생이 따로 없었다.




  고등학생 때 학급 문고에 있었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의 문구를 직접 몸으로 느끼는 하루 하루였다. 도서관과 독서실을 오가며 공부하던 때는 결과 없는 과정속에서 머물고만 있다는 생각으로 괴롭고 힘들게만 느껴졌는데 그건 호사 중에 호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방에서 일을 하고, 고객 상담을 하고, 배송을 다니고, 장을 보면서 식단도 짜려니 몸과 마음이 열개라도 모자랐고, 항상 부족한 것 같은 찝찝함이 따라왔다. 집에 오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3살과 15개월 된 두 아이가 나를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아이들을 잠깐 본 뒤 이유식과 아이반찬을 공부하고 '아가밥'을 홍보하는 시간도 가져야했다.


 나는

사업이 내 전부를 걸어야 하는 일이란 것을

사업을 시작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사업 시작 전
체크, 점검, 준비 사항
-시장 조사, 상권 분석
-지금 조달 계획
-사업 목표와 사업 비전 설정
-경쟁사 분석 -> 차별화 방안
-손익분기점에 대한 계획
-사업 등록절차와 방법
-브랜딩, 케팅에 관한 구체적 계획
-근로자 관리 기준, 세금 신고 기준
-전문성
-효율성-시스템(주문방법/업무분장) 마련 방안
-원가계산-가격설정
-픽업과 배송방법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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