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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문답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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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Mar 25. 2024

[산문집] 공감, 동질감, 무기력과 붉은 순응


(캔 뚜껑을 따는 소리) 야야, 됐어. 앉아. 너만 다 마시면 끝이야? 나는 이제 땄는데? 천천히 마시라니까 그러네. (바스락거리는 소리) 자. 안주 있으니까 앉아봐. (플라스틱 의자가 밀리는 소리) 아니 뭐.. (마시는 소리) 너가 한 말.. 나도 똑같다고.  (허탈한 웃음소리) 아니,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는 거 말이야. (마시는 소리) 그거 나도 그래. 자꾸 망상을 하지 않나, 부정적인 미래를 그려보지 않나. (웃음소리) 그래! 너만 그런 게 아니라니까? (마시는 소리) 크아.. 뭐 그래서 다들 그러잖아. (딸꾹질 소리)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사세요!”라고. 근데.. (한숨소리) 난 그거 아니라고 봐.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해서 살기에는 미래가 있는데? 안 그런가? (딸꾹질 소리) 아오 어지러워. 뭐 아무튼, 안 그래? 야 솔직히 막말로,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해서 산다는 것도 말이 쉽지 시발 (웃음소리) 아니, 안 그렇냐고 야, 누구나 개나 소나 말대로 됐으면 세상이 이지경이겠냐? 다 현자고 성인이겠지. 불행 같은 게 있겠냐? 그딴 건 전부 없어지고 유토피아가 됐겠지. 근데 (딸꾹질 소리) 그게.. 안되니까. 어려우니까. 말만 씨발 쉬우니까 이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내 삶이 이따구고.. 난 능력도 없고.. (한숨소리) 안 그래? (마시는 소리) 어우.. 배불러. (정적) (맥주 캔이 찌그러지는 소리) 됐다. 씨발. 갑자기 좆같네.. 가자 그냥. (플라스틱 의자가 밀리는 소리) 안 챙긴 거 없지? 어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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