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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문답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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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Mar 17. 2024

[산문집] 거울을 보듯 너를 봤던 거야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 오는 길 힘들게. 말했으면 내가 갈 거였는데. 에이 뭘, 미안해서 못한다는 말 하지 마. 너가 나한테 부탁하는 게 뭐가 미안하다고 그래?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건데. 그럴 땐 미안보다는 고맙다고 하는 거야. 이러니까 너무 가르치는 거 같네, 그냥, 그렇다고. 저녁은 먹었어? 짐 이리 줘.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없어? 나도 안 먹었지. 같이 먹자. 배달시킬까? 아니면 같이 나갈래? 그래, 그러자. 밖에 날씨는 어땠어? 비 온다던데. 갈 때는 택시 태워줄 게. 편하게 가.


그렇지, 아무래도 그 일은 걔가 잘못한 게 맞아. 너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억울하게 됐네. 직장생활이 참 어렵네. 그래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너가 힘들어하면 나도 힘들어서. 뭐, 부담되라고 하는 말은 아니야. 그냥, 내가 이 정도로 너를 신경 쓰고, 너와 닮아가고 있다는 거야. 아참, 아까 신기한 글을 봤어. 뭐냐면, 원래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동물이래. 근데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이유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나 자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래. 그러니까, 너는 나니까, 너는 나 자신인 거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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