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문답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기정 Mar 25. 2024

[산문집] 새벽, 편의점, 캔맥주와 붉은 홍조


(한숨소리)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마시는 소리) 크아, 시원하다. (정적) 그냥, 그럴 때 있잖아.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은, 심지어는 일어날 지도 미지수인 일들. 예를 들면 내가 갑작스럽게 어디가 아프다거나, 쓰러진다거나,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 있잖아. (손가락이 플라스틱 의자를 두들기는 소리) 그런 걸 떠올리다 보면 좀.. 빠져드는 거 같아. 불안과 걱정, 만약이라는 아득한 초조함 속으로. (혀를 차는 소리) 대비하는 것도 아니고 대비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닌데. (정적)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정신병인데. 그렇지? (마시는 소리) 몽상가는 다 이런 거 같아. 아니면 예술가는 다 이런 건가? 다 정신병자들인 건가? (웃음소리) 어쨌든.. 예술은 미쳐야 잘한다더니만, 맞는 말인 거 같기도 해. (맥주 캔이 찌그러지는 소리) 미쳐서 예술을 하는 건지 예술을 해서 미친 건지. (한숨소리) 모르겠네. (정적) 야, 됐다. 그만 들어가자. 이러는 것도 시간 아깝다. (플라스틱 의자가 밀리는 소리)


이전 10화 [산문집] 이 글도 결국에는 증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