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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문답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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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Apr 06. 2024

[산문집] 이 글도 결국에는 증빙


생각을 멈추는 법을 누가 가르쳐 줬으면. 나는 되게 놀랐었거든. 남들은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산다는 거야, 나처럼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될 때까지 생각을 안 한대. 얼마나 놀랐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게 가능하긴 했던 걸까 싶었는데 남들한테는 당연한 거였다니. 좀, 허무하기도 했고.


과거에 묶여서, 생각이라고 포장될 걱정을 하는 것도 질려. 내가 무슨 짓을 했었지? 하면서 옛날 SNS 계정을 뒤져보는 일,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극도로 집착하면서 나만 아는 미세한 것들을 끝없이 고치고 덧대고 수정하는 일은 이제 질린다는 말이야. 그냥, 머리를 비우고 살아가면 될 건데 그게 쉽지가 않네. “지금”에 집중하자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도 크게 의미가 없어. 아니, 그리고 이게 병이더라? 나는 몰랐-


내 말을 듣던 너는 그 길에서 곧바로 나를 정신병원에 데려다줬다. 향하던 길에서 보았던 벚꽃이 아름다웠으나, 대다수가 비를 맞고 떨어져 바닥에 있었다. 나는 동질감을 느꼈고, 너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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