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흥얼거릴 수 있었던 노래 가사를 그저 마음으로 공감할 때. 너가 그랬듯 나도 그렇다는 건 내가 사람이라는 증명일까, 너가 종이였다는 증명일까. 스며들듯 침범을 했던 건 내가 숨을 쉬는 한 이뤄질 수밖에 없었어. 강렬한 바람 앞에 사막은 모래 알갱이를 내어주니까. 먹물에 떨어진 한지는 본래의 색을 잃고 검게 물드니까. 나는 그만 갈리려고 했고 그건 과거를 부정하는 미련한 짓이었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서도 최선을 다했던 거야. 나는 먹이었으니까. 갈려 먹물이 되자 붓은 나를 범했고 그 결과는 종이 위 그림이 되어 보여졌지만 아름답지 않아. 그림은 나의 시신이 갈린 범죄현장, 끔찍한 모습, 믹서기에 갈려버린 거니까. 뭐가 좋다고 박수를 치고 좋다고 웃어대는 거야. 너가 보는 건 반죽이라고. 갈려버린. 비명은 사라져 없는, 토악질이 나오는 건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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