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서 조금 지난 시간. 늦꾸러기 손님들은 서둘러 식당으로 향해 점심특선을 주문하고 태양은 세상을 태우듯 데워나가는 와중, 나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내용의 편지라서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해 읽었지만, 결국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어 편지를 마구 구겨 창 밖으로 던졌다. 경미한 소리 투두둑.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종이 쪼가리를 태양이 태워 가루로 만들었다. 식사를 마친 늦꾸러기 손님이 집으로 돌아가며 가루를 한 번 더 짓밣았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내려보았지만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이란 치명적이었다. 아무렴 보았던 내용을 빠르게 잊는 게 좋을 것 같아 투두둑, 하며 손가락을 꺾었다. 파열음 사이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히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이란 아주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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