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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문답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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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Apr 18. 2024

[산문집] 겨울이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난히 춥던 날,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름 모를 동네.

주머니 깊게 욱여넣은 두 손,

바쁜 걸음으로 건넜던 강변과 다리.

조금 더 가 앉았던 아기자기한 실내의 카페,

눈물을 넣고 들었던 건 문이 열리는 소리.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나를 깨우고,

느껴지는 이유 모를 한기.


그날이라고 표현한다면 기억할 수 있을, 역시나 있었던 24시간 중 3시간 내외. 하얀색 컵에 담긴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봤지만 답답함은 해결되지 않았던 기억. “많이 힘드네, 지친다” 하며 애써 털고 일어났지만 의미는 없고.


그 이유야 그건

묻은 게 아니라,

박힌 것.

이었으니까.

참 깊은 곳까지,

참 아픈 곳까지.


밤, 떠난 길을 되짚어 돌아가며. 내게 박혀버린 말을 한참이나 입 속에서 구슬려 녹여봤지만 사탕은 아니었으니 씁쓸할 수밖에. 아팠다기보다는 확인을 당한 기분에 가까웠고 나는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보다 작아진 것만 같았다고.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나는 아무도 아닌가 보네.

아무도 나는 아닌가 보네.

그래, 그런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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