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추태 10화
라이킷 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산문집] 극단적으로 감정을 터트리기

by 풍기정 Jan 31. 2025


지끈거리는 머리, 뻑뻑한 눈알과 메말라 튼 입술. 그럼에도 손바닥보다 작은 직사각형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글을 쓴다는 건 취미고 여가생활이 아니라 병. 질병. 잠도 못 자, 괜찮은 글이 나올 때까지. 시간만 버리는 거야, 점멸하는 직선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이걸 즐겼던 건 꽤나 지난 과거라는 걸. 이 글은 투정, 짜증, 한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좋을 테지만 현실을 알고 싶다면 멈춰 서야겠지. 있잖아요, 빨리 다른 거 알아봐요. 농담하는 게 아니고, 진짜로. 제발 부탁이고 조언이니까. 있잖아요, 이거 강박이랑은 멀어질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도망쳐요. 못 알아먹어요? 더 말해줘요? 삶이 삶이 아니게 된다고. 몇 날 며칠이고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뜬 눈으로 뜨는 해를 마주해요. 정신이 나가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스스로를 옭아매고 가학해야 겨우 실낱같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요. 나머지 시간엔 혼자만의 독백, 한숨, 결여, 결핍, 혐오, 비난, 씨발이라니까? 야, 사람도 못 만나. 글을 쓰면 쓸수록 인간이 밉고 믿을 수가 없게 돼서, 누굴 만나든 밑에서 올려다볼 수 없는 내 위치가 개씨발 한스러워서. 이게 현실이야. 이게 사실이고 환상 하나 없이 그대로 전해 쑤셔 박는 현실이라고. 그러니까 도망쳐요.. 제발.. 제발!!!


이전 09화 [산문집] 집단에 소속됐다고 말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