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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30. 2024

꽃잎은 담장을 넘고

능소화




죽은 나무가 산 나무와

한 몸이 되어 살고 있다

산 나무가 안은 것일까

죽은 나무가 안은 것일까


죽어서도 산 나무에게 안긴다는 것은

오롯이 일생을 바쳤다는 것

꽃하나 피운 적 없는 죽은 나무는

침묵 속에 능소화를 품었다


여름을 늘려가는 꽃 속에는

새소리도 내려앉고

태양의 그림자도 들어 있


마흔둘에 돌아가신 아버지

영혼이 하늘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무당의 말에

십 년이 넘도록

빈방에 밥과 국을 차려 놓은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죽어서도 허기진 입을 채우려면

한 몸은 얼마나 무거울까

여름의 키가 자라고

사방으로 늘어진

팔월의 꽉 찬 생을 둥글게 말고 있다



녹음이 발랄해질수록

감당 못할 서러움

꽃잎은 담장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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