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는 사람에게 직업이 사서라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책 좋아하시겠네요?"
"책 많이 읽으셔서 좋으시겠어요."
그 질문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매번 "그렇지도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많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그 기대에 충족하지 못할까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활자 중독이 아닌가 싶게 글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 직업을 택하게 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다. 주위에 독서광들을 보면 나는 한참 못 미치는데, 책을 좋아하기는 하고 많이 읽는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그런 수준만큼 읽는다. 그리고 나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지는 않았다.
직업을 선택하는데는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어린시절은 TV나 책에서 나오는 그 직업을 보고 장래희망을 결정하지만 막상 직업을 선택해야할 시기가 오면 현실적인 요인들이 크게 작용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사명감과 그 숭고함이 결정에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명예나 돈, 지위 등도 크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서라는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책'이 아예 무시될 수 없지만 안정성이나 주위에 권유, 전공 등 다른 요인들도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된 사람도 있지만 책을 즐겨 읽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사서가 된 사람도 있다. 주위만 보더라도 책을 읽는 것보다는 운동과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서들도 많다.
고백하자면 나의 경우는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사서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보니 문헌정보학과를 나왔고 어쩌다보니 사서가 되었다. 사서가 된 후로는 오히려 책을 덜 읽게 되었다. 그래서 책 많이 읽어 좋으시겠어요라는 별 뜻 없는 질문에 나는 대답하기 부끄러워진다. 사서니까 많이 읽어야한다는 부담이 나도 모르게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말 뒤에 숨은 조용히 앉아서 책이나 읽는 직업이라는 묘한 편견이 불편했다.
하지만 책을 싫어하는 사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책을 다루지 않아도 사서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 질문에 더 이상 겸연쩍지 않고 책이 좋을 땐 좋다고 가끔씩 싫어질땐 싫다고 말할 것이다. 책이란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며, 내가 사서라고 밝히기를 꺼려하는 것처럼 브런치의 직업란에도 사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