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도서관엔 수많은 사람들이 온다. 특히 우리 도서관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으로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개관시간에는 주로 출근이 필요하지 않은 노인들과 대학생이 주를 이루고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 오후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나 젊은 청년들 그리고 다시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한 직장인이 도서관을 방문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매번 생각한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그리고 또 생각한다. 사람의 첫인상은 틀리지 않는다고.
우리 도서관에는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의 이용자들이 많은 편이다. 주위에 신문사와 대기업, 관공서, 법률사무소, 여행사, 백화점 등 없는 것이 없어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는 직업의 사람들도 나는 매일 마주한다. 물론 이용자 정보에는 그들의 직업이 뜨지 않는다. 그들이 메고 다니는 사원증 혹은 유니폼 등을 통해 알아차릴 뿐이다. 간혹 목에 건 사원증이 무색할 만큼 논리 없는 억지주장을 펼치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고 젠틀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잃지 않는 이용자들도 있다. 직업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다.
특정 직업의 성격이나 특성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직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은 평소에는 굉장히 친절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좀 전과는 다른 예민한 사람이 나타나고 기자들은 대체로 꼼꼼하고 집요하다. 사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싶어 이 직업이 재밌기도 하다.
대출대에 앉아 이용자를 만날 때면 나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용자들이 가져온 책을 보며 나중에 빌려 읽어야지라는 생각에 따로 메모를 하기도 하고 내가 재미있게 빌려간 책을 가져온 분을 만나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져온 책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보이고 지금의 상황이 보이기도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 손뜨개에 지독히 관심 있는 사람. 도서관에는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방문한다.
관찰자가 된 기분이다. 반대로 나도 그들에게 관찰을 당한다. 가끔은 인근 카페나 식당에서 그들이 먼저 나를 알아보기도 한다. 점심을 먹고 들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년 여성분이 먼저 아는 체를 하며 '도서관 안니'라고 불러대는 탓에 커피를 들고 도망치듯 카페를 나온 적이 있다.
내가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 곳에서는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온몸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저 사람들이 지나치는 곳에 앉아서 일을 할 뿐인데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탈진 상태다.
한참 심했을 때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고 싶어 추석에 한국사람에 제일 없을 것 같은 나라(호주) 가서 하루 종일 아무 곳도 가지 않고 3일간 공원 깊은 곳 잔디에 누워만 있다 온 적도 있다.
나에게 도서관은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나에게는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래서 내가 언제고 일어나서 바깥을 직접 볼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이는 사람과 사물에 대해 아는 척해도 이상하지 않은 낯선 곳이 주는 매력이 좋다. 그리고 내게 시선이 머물지 않는 여행지의 풍경이 되는 것이 좋다.
그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에너지로 나는 오늘도 집에 돌아와 탈진해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오늘도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