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VIP

날궂은 날에 만나는그분들

by 이수현

날이 궂은날이면 어김없이 그분들이 등장하신다.

그분들은 오히려 폭우인 날에는 출몰하지 않으신다.

비가 오려고 하나 오지 않고 날이 흐리며 축축 처진 날에 나타나신다. 이런 날에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오늘 왠지 많이 나타나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도 절대로 함부로 입밖에 꺼내서는 안 된다.



그분들은 날씨에 민감하시다. '어라 오늘'이라는 예감을 하는 순간 여지없이 등장하신다. 평소에 만나는 예민하거나 화가 많으신 분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심으로 그분들은 이 세계 차원을 넘어서셨다.


통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지만 나는 그분들을 'VIP'라고 부른다. vip의 뜻이 very important person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분들이다. 서비스직에 종사해본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 법한 그분들.


우리 도서관에는 지역적 특성상 very important person이 많으신 편이다. 날이 궂은날이면 도서관 정문 앞에서 번개와 하늘에 두 손을 벌리며 교신을 하시는 분도 여장을 한 채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리시는 분들도 계시다.


문제는 그분들이 도서관 안에 오시지 않으시면 좋겠는데 항상 도서관에 방문해 우리의 안부를 살피신다.


친절과 불친절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전달되지 않고 그들은 소통할 의지도 없다.


도서관은 만인에게 평등한 곳이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 이후 QR 체크인을 통해 많이 제한된다고는 하지만 오늘도 그분들은 우리 앞에 서 계신다.


며칠 전엔 술에 취한 VIP가 휴대폰이 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 욕설을 내뱉으며 실랑이를 벌인 일이 있었다. 대출을 해야 하는데 휴대폰이 주인 말을 듣지 않는다고 얘가 원래 주인의 심리를 읽어 알아서 되는 앤 데 직원들이 수작을 부린 것 같다며 고성을 내지르셨다. 결국 그는 남직원의 품에 안겨 주사를 부리며 밖으로 나가셨다.


VIP 구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반대로 사서는 월등히 여자가 많다. 그분들은 특별히 성별을 가리신다.


몇 년 일하다 보니 VIP와 일반 이용자의 고성에는 무뎌졌다. 다만 나는 오늘도 도서관이라는 곳이 정말 우리 VIP에게도 열린 곳이어야 할까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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