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는 책을 추천할 일이 많은 직업이다. 일하는 도서관에서 매달 혹은 정기적으로 '이달의 추천도서' 목록을 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하는 전시를 위해 책을 골라야 할때도 있다. 근래에는 '북 큐레이션'이란 것이 유행이라서 (사전을 찾아보니 북(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인 '북큐레이션'은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란다.) 우리 도서관 역시 매달 추천도서를 자료실 한쪽에 전시해놓는다.
일적으로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책을 추천할 일이 많다. 직업이 사서라고 하면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직업이 의사라고 하면 본인의 증상을 물어보는 질문을 하는 것처럼 본인이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사람이 많다.
북큐레이션 혹은 책 추천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설류를 좋아하는지 에세이를 좋아하는지 같은 독자의 취향을 파악해야하고 관련 책들에 대해 파악이 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책을 다 읽고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인 내용과 분위기는 파악하고 있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대출반납 업무를 하다보면 읽지 않더라도 자주 보이는 책들의 독자의 선호도나 인기는 파악이 된다. 거기서 더 호기심이 일면 간혹 인터넷 서점의 책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블로그 서평등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실적으로 시중에 나온 모든 책들을 읽어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노력들로 수고를 조금 더 상쇄하는 것이다.
책을 추천하는데 어려운 점은 관련 책을 모두 읽어봐야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추천할 대상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크다. 취향이라는 것은 모두 제각기 달라서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꼽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책이 될 수도 있고 내 취향이 아니라 책장에서 몇달째 버티고 있는 책도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책을 추천하거나 선정할 때는 너무 독특하지 않은 무난한 취향의 책을 고르게 된다. 논란거리가 되거나 반대의 의견이 나올 법한 책들은 선정하기가 힘들다.
지금은 북큐레이션 업무를 따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책을 고를 일은 없다. 그래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읽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데 기준은 그냥 느낌이다. 표지가 마음에 들거나 주제가 관심이 있는 경우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최근에 내가 읽었던 책의 목록을 보니 나는 딱히 책의 취향이랄게 없는 것 같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포기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고르는데도 읽고 나서 목록을 보면 내 최근 관심사와 상황이 보인다.
1.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책정보, 걷는 듯 천천히 : 네이버 책 (naver.com)
2.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책정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네이버 책 (naver.com)
3.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책정보, 걸어도 걸어도 : 네이버 책 (naver.com)
4. 퇴근 후 식물 (김미정)
책정보, 퇴근 후, 식물 : 네이버 책 (naver.com)
5. 조금씩 천천히 자연 식물식 (이의철)
책정보,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 네이버 책 (naver.com)
6.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책정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 네이버 책 (naver.com)
7. 세계의 귀여운 빵 (판토 타마네기)
책정보, 세계의 귀여운 빵 : 네이버 책 (naver.com)
8. 나(조수경)
내가 9월 말부터 10월에 읽은 책들이다.
최근의 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빠져 그가 쓴 책들을 모두 읽었고 먹는 것에 관심을 가졌으며 키우던 반려식물이 시들시들해 다시 살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다음 세권은 이용자가 반납한 책들이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는 다른 사서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일할까하는 궁금한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고 '세계의 귀여운 빵'은 너무나도 귀여운 표지의 빵그림에 반해 반납받자 마자 책을 대출했다. 본문의 빵 그림도 식욕을 자극하는 귀여운 그림들이라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나'는 동화책이었는데 시험공부에 지친 어린시절의 '나'와 직장생활에 지친 어른 '나'가 서로 만나는 내용을 절반 씩 나누어 구성해놓아 내 어린시절과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이유들로 고른 책들인데 결과는 다 만족이었다.
사서이자 독자인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최근의 관심사, 책표지의 느낌,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다.
책을 선택하는 데는 큰 기준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현재의 상황, 기분에 따라 고르기도 하지만 우연히 만나는 발견도 있다. 가끔은 그 우연한 발견이 더 좋은 만남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를지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