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좋은 이유

by 이수현

사람들은 도서관을 좋아한다. 경험상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은 좋아한다.

어른, 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도서관에 들어서는 표정에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기대감이 서려있다.


물론 엄마나 주변의 강요로 인해 억지로 따라온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간혹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방문하는 것 못지않게 도서관에 방문하는 것을 즐긴다.

책을 빌려가지 않아도 그냥 책장에 책이 꽂혀있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서가에서 책을 뽑아서 자리에 앉아서 잠깐 읽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작은 전시(주로 책을 큐레이션 하거나 추천해놓은 전시)를 보며 즐거워한다. 도서관에 방문한 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자랑을 하는 피드도 자주 볼 수 있다.


내게는 출근해야 하는 일터인 도서관 방문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아서 문득 사람들이 왜 도서관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책이 좋은 것일까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좋은 것일까. 책을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에 양손 무겁게 돌아가는 그 기분이 좋은 것일까.


생각해보니 나 역시 해외여행을 할 때면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그 나라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하곤 했었다. 내가 도서관에 갔던 이유는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일터가 아닌 방문자로서 도서관은 내게도 매력적이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나 나라에 맞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대개의 도서관은 비슷했다. 출입구 카운터가 있고 대출반납을 할 수 있는 데스크가 있다. 서가에는 책이 꽂혀있고 서가 주위에는 앉아서 책을 보는 책상이 있다. 중간중간에 도서를 검색할 수 있는 PC가 있고 도서를 운반하는 북트럭이 보인다. 책의 분류나 서가 배열은 똑같은 데 어떤 도서관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고 또 어떤 도서관은 회원증을 발급받은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다. 강가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도서관도 있었고 최신식 건물로 지어져 우주선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도서관도 있었다. 영화에서 볼 법 한 유럽의 오래된 도서관들은 고서들이 키보다 높은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그런 서가들은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런 장소를 볼 때마다 장미의 이름의 주인공이 된 양 그 펜스를 걷어내고 몰래 들어가 비밀이라도 담겨 있을 법한 책들을 꺼내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 잡힌다.


사람들은 최신식 도서관 못지않게 오래된 도서관도 좋아한다. 낡고 오래된 도서관은 작가들의 소설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외국의 역사 깊은 도서관에 갈 때면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상한 도서관'에 나오는 양 아저씨를 떠올리고는 한다. 그리고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서고를 찾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양 아저씨에게 붙잡혀 서고에 갇히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괴상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나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익숙하면서도 낯섦이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좋았다. 새로 방문하는 도서관은 내가 새로 만나는 세계였다.



건물도 인테리어도 각양각색이지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했다. 서가 주위에 배치된 책상에 앉아 조용히 책에 집중하거나 서가 근처에 서서 책에 빠져들어 있는 사람도 보인다. 책을 읽을 때만은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해있다.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도서관의 매력인 것일까?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주 정해진 시간에 방문에 책을 읽고 반납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놀라게 된다. 대개 사람이 없는 오전에는 어르신들이 오시고 점심시간에는 아이 책을 빌리러 오는 직장인 부모들이, 퇴근 무렵에는 직장인들이 온다. 그들은 주제를 다양하게도 혹은 같은 주제의 책들을 꾸준히 빌려간다. 간혹 도서관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그런 경우도 대개는 바로 그다음 날 또 꾸준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도서관을 방문한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것도 상관이 없다. 그들을 그렇게 성실하게 방문하게 하는 도서관의 매력이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본다.


생각할수록 도서관은 이상한 공간이다. 개인적이면서도 공공적이고 답답하면서도 어느 곳보다 자유로운 공간이다. 오기 싫다면서도 꾸준히 오는 이상한 나라인 도서관에서 나는 일을 한다.


덧붙여 도서관을 좋아해 문헌정보학과에 가려다가 기자가 되었다는 선배에게 사람들이 왜 도서관을 좋아하는 것 같냐고 물으니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을 주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도서관에 가면 시간을 잘 썼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것 역시 이유일 것이다.

이전 02화내가 사서가 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