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의 '행운을 빌어요'는 가을의 초입마다 듣는 곡이다. 이 노래는 서툰 우리를 뒤로하고 힘차게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흐르며 여름이 지나가려 할 때 이 노래를 틀어보자. 2012년 발매한 앨범 'Beginner's Luck'에 수록되어 있다.
곡 설명
페퍼톤스는 전자음악과 밴드음악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스타일로 유명한데, 이 곡의 사운드는 특히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핵심이다. 경쾌한 기타 리프와 풍부한 신디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곡의 리듬감을 살리고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감상 포인트
이 노래가 빌어주는 조건 없는 축복은 오로지 당신 것이다. 가장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듣자.
[MV] Peppertones(페퍼톤스) _ Good Luck to You(행운을 빌어요)
#2. 여행자
삶은 여행의 연속이다. 여행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이다. 출발이 있으면 도착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이 있다. 여행자는 그 흐름 속에서이런저런 마찰을 겪는다. 낯섦, 만남, 습득, 적응 그리고 이별까지. 그러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
여행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가진 사건은 '끝'이다.여행의 시작은 설렘과 기대감, 혹은 묘한 긴장감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감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끝은 긴 여정에서 겪은 경험이 가득 쌓여 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이를반추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3. 끝
스무 살에처음 유럽 여행을 갔다. 여행 내내 쨍쨍하게 더웠다. 8월스러운 날씨였다. 마지막 날, 강가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다가 문득 슬퍼졌다. 새하얗게 눈 덮인 융프라우, 깊은 사색이 담긴 단테의 집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여행이 무척이나 강렬했던 것이다. 왜 항상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금세 끝나버릴까. 어린 나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고 싶었다. 물론 끝을 지연시키지는 못했다. 온보딩 시간이 가까웠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후 한동안 꽤 심란했다. 현실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수업, 어학, 학생회부터 대외활동까지 해야 할 건 많은데 마음은 붕 떠버렸다. 사소한 약속 하나도 지키지 않아서 선배들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많은 걸 뒤로 미루면서 시간을 보냈다. 뭔가 열심히 공부하지도, 그렇다고 열심히 놀지도 않았다. 아무거나 찔러보고 포기하는 방황이 지속됐다. 매일밤 무기력한 쓸쓸함이 나를 찾아왔다.
#4. 시작
어영부영 가을이 됐다. 이어폰을 꽂고 학교 운동장을 걷는데이 노래가 나왔다. 시작을 응원해 주는 따뜻한 가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노래를 듣다 보니 배낭을 멘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끝이 아쉬워도 다시 시작하면 되기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끝이라는 상실감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는 건 찰나의 일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몰두하면 행복한 순간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땐 그 기분만으로 충분했다.
돈을 모아보고 싶어졌다. 열심히 알바했다. 곱창집에서 고기를 구워주고 PC방에서 밤샘으로 일했다. 수험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했다. 그리고 주말에 시간이 될 때마다 호텔 연회장에서 일일 알바를 했다. 몸은 힘들어도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는 게 좋았다. 오히려 돈은 덤으로 모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상실감은 없었다. 작은 성취였지만, 그걸 계기로 내 삶에도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생겨났다.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중요한 건 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번외) 추천 콘텐츠
여행) 이 곡을 통해 받은 감정을터뜨리고 싶다면 배낭여행을 가는 게 최고다. 무작정 짐을 싸서 걸을 수 있는, 탁 트인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국내에선 제주도 애월 해안길이 좋다. 특히 한담 해안산책로가 어울린다.
노래) 이어서 21세기의 어떤 날을 들으며 햇빛 아래를 거닐자.이 노래는 루시 특유의 경쾌함이 담긴 커버가 좋다. 따듯하게 분출되는 세로토닌을 누리고, 우리 인생을 맘껏 응원해 주자.
Disclaimer
이 매거진에 소개되는 음악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