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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구 Sep 25. 2024

[EP.02] 행운을 빌어요

끝은 또 하나의 시작

#1. 소개

'페퍼톤스'의 '행운을 빌어요'는 가을의 초입마다 듣는 곡이다. 이 노래는 서툰 우리를 뒤로하고 힘차게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흐르며 여름이 지나가려 할 때 이 노래를 틀어보자. 2012년 발매한 앨범 'Beginner's Luck'수록되어 있다.


곡 설명

페퍼톤스는 전자음악과 밴드음악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스타일로 유명한데, 이 곡의 사운드는 특히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핵심이다. 경쾌한 기타 리프와 풍부한 신디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곡의 리듬감을 살리고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감상 포인트

이 노래가 빌어주는 조건 없는 축복은 오로지 당신 것이다. 가장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듣자.

[MV] Peppertones(페퍼톤스) _ Good Luck to You(행운을 빌어요)



#2. 여행자

삶은 여행의 연속이다. 여행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이다. 출발이 있으면 도착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이 있다. 여행자는 그 흐름 속에서 이런저런 마찰을 겪는다. 낯섦, 만남, 습득, 적응 그리고 이별까지. 그러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성해진다.


여행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가진 사건은 '끝'이다. 여행의 시작은 설렘과 기대감, 혹은 묘한 긴장감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감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끝은 긴 여정에서 겪은 경험이 가득 쌓여 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이를 반추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3. 끝

스무 살에 처음 유럽 여행을 갔. 여행 내내 쨍쨍하게 더웠다. 8월스러운 날씨였다. 마지막 날, 강가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다 문득 슬퍼졌다. 하얗게 눈 덮인 융프라우, 깊은 사색이 담긴 단테의 집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여행이 무척이나 강렬했던 것이다. 왜 항상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금세 끝나버릴까. 어린 나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고 싶었다. 물론 끝을 지연시키지는 못했다. 온보딩 시간이 가까웠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후 한동안 꽤 심란했다. 현실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수업, 어학, 학생회부터 대외활동까지 해야 할 건 많은데 마음 붕 떠버렸다. 사소한 약속 하나도 지키지 않아서 선배들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많은 걸 뒤로 미루면서 시간을 보냈다. 뭔가 열심히 공부하지도, 그렇다고 열심히 놀지도 않았다. 아무거나 찔러보고 포기하는 방황이 지속됐다. 매일밤 무기력한 쓸쓸함이 나를 찾아왔다.



#4. 시작

어영부영 가을이 됐다. 이어폰을 꽂고 학교 운동장을 걷는데 노래가 나왔다. 시작을 응원해 주는 따뜻한 가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노래를 듣다 보니 배낭을 멘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끝이 아쉬워도 다시 시작하면 되기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끝이라는 상실감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는 건 찰나의 일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몰두하면 행복한 순간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땐 그 기분만으로 충분했다.


돈을 모아보고 싶어졌다. 열심히 알바했다. 곱창집에서 고기를 구워주고 PC방에서 밤샘으로 일했다. 수험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했다. 그리고 주말에 시간이 될 때마다 호텔 연회장에서 일일 알바를 했다. 몸은 힘들어도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는 게 좋았다. 오히려 돈은 덤으로 모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상실감은 없었다. 작은 성취였지만, 그걸 계기로 내 삶에도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생겨났다.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중요한 건 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번외) 추천 콘텐츠

여행) 이 곡을 통해 받은 감정을 터뜨리고 싶다면 배낭여행을 가는 게 최고다. 무작정 짐을 싸서 걸을 수 있는, 탁 트인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국내에선 주도 애월 해안길이 좋다. 특히 한담 해안산책로가 어울린다.


노래) 이어서 21세기의 어떤 날을 들으며 햇빛 아래를 거닐자. 이 노래는 루시 특유의 경쾌함이 담긴 커버가 좋다. 따듯하게 분출되는 세로토닌을 누리고, 우리 인생을 맘껏 응원해 주자.





Disclaimer

이 매거진에 소개되는 음악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Alex Moli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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