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애플(Thornapple)'의 '시퍼런 봄'은 청춘의 양면성을 진득하게 녹여낸 곡으로, 2014년 발매한 앨범 '이상기후'에 담겨 있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마음을 따르면서도 현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숨고 싶은 우리의 오늘을 위로해 줄 노래다.
감상 포인트
힘 있게 달려가는 일렉 반주에서 청춘의 번뜩이는 추진력을, 클라이맥스를 준비하는 가사에서 절절한 의지를 느껴보자.
시퍼런 봄(Blue Spring) - '불구경 2022' Live ver.
#2. 헤맴의 한가운데
청춘에 어울리는 말을 찾으면 무엇이 있을까. 당장 생각나는 단어가 여럿 있을 것이다. 열정, 도전, 끈기, 시작, 패기 등등···. 이런 단어가 지닌 온도는 뜨거움에 가깝다. 속도로 치면 빠르고 경쾌하다. 어떤 시련이 와도 굳건하게 이겨낼 것만 같은 심상이 있다.
그런데 사실 청춘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헤맴'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며, 이도 저도 아닌 실력으로 수많은 문제에 치이는 게 젊음인 것이다. 어제의 당찬 다짐은 오늘의 작은 실수 하나로 위축되어 사라지기 마련이다. 수십일 간 열심히 돌탑을 쌓아도 하룻밤 폭우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당연하다. 억울할 건 없다.
그냥 그게 청춘이다.
#3. 몸부림
몸부림은 불확실성에 대한 최고(最高, 最古 모두)의 대응이다. 움직인다는 것은 곧 생(生)의 증거다. 두려워서 멈춰있으면 불완전한 삶을 살게 된다. 오늘도 되는 것 없이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냈는가. 이를 악물고 참아내자. 몸부림치는 자에게 길이 멀어지는 한은 있어도, 끊어지는 법은 없다.
#4. 차가운 혀
악의는 없다. 관심이 없을 뿐이다.
타인은 내게 나만큼의 관심이 없다.
자신의 관점에서 내 피상에 대한 감상을 얘기할 뿐.
입 밖으로 꺼내진 감상은 차가운 인두가 되어 마음 깊숙이 낙인을 새긴다. '너는 성향 상 안정적인 공무원을 하는 게 맞다.', '네 실력은 애매하다. 재능은 없는 것 같으니 다른 걸 해봐라.', '넌 왜 어쩌고 저쩌고 ···.' 그런 말을 듣다 보면 멘탈이 흔들리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그러다가 결국 의지 스위치를 꺼버린다. 사회적인 우리는 나도 모르게 타인의 감상, 즉 시선을 내재화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시선에 의심을 갖지 않으면 실제로도 그들이 바라본 나로 자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나의 본질을 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나의 본질을 탐색하고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러니 끊임없이 시선에 저항하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타인의 감상평이 나를 정의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인사이트를 쌓다가, 관점이 굳어질 때쯤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분노하는 것 등 여러 기준에 대한 감도가 높아진다. 우리는 그걸 무기로 차가운 혀의 침투를 무찌를 수 있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뜨거운 피의 온도로시퍼런 봄을 만끽하자.
Disclaimer
이 매거진에 소개되는 음악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