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쌓이면 경력이 된다

전업주부도 경력이 되나요?

by 예아리

전업주부로 7년 차, 만으로 6년이 되었네요.


저는 결혼을 핑계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홈쇼핑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며 직장 그만둔 걸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저는 뭘 몰랐던 것이었어요.


직장이 없고 아이가 없는 전업주부의 하루는 정말 괴롭습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아마 잠깐 동안이라도 취준 생활을 하셨거나, 무직 상황에 놓여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거예요. 뭐라도 하고 싶은 그 심정을요. 남편은 쉬라고, 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요즘 이런 남편 정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답답했어요.


그 때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루틴이었습니다. 저의 to do list에는 분리수거하기, 쓰레기 버리기, 창틀 닦기, 물병 닦기 등과 같은 사소한 일정들이 기록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to do list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 작은 일들이 저를 일으키고 또 일으켰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처방전이 되었습니다. 주변 정리를 시작하면서 어느새 깨끗해진 공간을 보면 나는 뭐하지, 뭐하지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이었습니다. 어느 날 바닥을 청소기로 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가 지금 되게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을 하면서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을 한다는 것이 이런 만족감을 주는 구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 뭐라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년을 돌아보면 단 하루도 삶에 안주하지 않았는데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려서 써야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나라는 브랜드를 키워야 할 때입니다. 누군가에게 고용되는 것보다 내가 내 삶의 주체로서 삶을 경영해 나간다면 더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것이 저의 숙제입니다. 한 번 품은 질문은 반드시 답으로 태어난다는 구절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이미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이 과정이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씁니다. 기록이 쌓이면 전업주부도 경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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