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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Sep 24. 2021

#1.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요~

[정관 복원 수술] 아빠의 노력으로 찾아온 아기

동글이는 호기심이 많아요. 장난감보다는 온 천지에 널린 재미난 것들을 사부작사부작 찾아다니기를 좋아하죠. 조용하다 싶으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눈 깜짝할 새 온갖 살림살이가 밖으로 나와 동글이의 놀잇감이 되어줍니다.


아기 힘으로 언제 밀었는지, 이제 갓 기고 서기 시작한 아기가 의자를 가스레인지 앞까지 밀어놓고, 그 짧은 다리로 올라탔어요. 올라가 보니 웬걸? 너무나 재밌어 보이는 퍼즐이 기다리고 있네요.


다리미에 데어 붕대로 칭칭 감은 손으로 저지레를 잘도 합니다.


"이거 너무 재미있네, 모양도 다르고 크기다르잖아. 어? 뾰족뾰족 발도 달렸네? 엄마가 오기 전에 얼른 놀아야지."

 


얼마 전 숙모 집에 놀러 갔는데 이제 갓 새댁이 된 숙모가 뜨거운 다리미를 바닥에 내려놓았지 뭐예요? 기어 다니던 동글이가 다리미를 손으로 꽉~ ㅠ.ㅠ 손바닥 전체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에요. 아플 텐데도 동글이는 잘도 돌아다닙니다.


동글이가 놀랄까 봐 슬쩍 지켜보고 있는데, 아주 신이 나셨네요. 뺐다 꼈다 제 멋대로 맞춰보려는데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동글아~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니?' 가까이 다가가면 온통 정신이 빠져있는 동글이가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떨어질까 싶어 슬그머니 뒤에서 기다려주었습니다.




옷방 헹거를 잡아당겨 넘어뜨리고는 하하하~


보행기를 타고도 어디든 갈 수 있지요. 쉿!~ 못 본 척하세요. 넘어뜨리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옷을 잡아당겼던 것뿐인데... '우당탕' 넘어졌지 뭐예요? 에라 모르겠다. 당황했을 때는 미소 로켓이 최고예요. 예쁜 미소로 엄마 마음을 스르르 녹여볼게요.



 어느 새 주방으로 gogo~


다음 코스는 동글이가 제일 좋아하는 주방으로 go go~~~ 기~다란 서랍을 열면 별게 별게 다 나와요. 보행기 운전은 자신 있다고요. 살짝 비켜서 문을 열면~ 짜잔~~~ 보셨어요? 문을 열고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는 것도 문제없어요.




어디보자~ 엄마 여기 좀 보세요~


동글이가 엄마 작업실로 들어서네요. 살짝살짝 비껴가며 보행기로 방에 들어서기 성공!!

보세요~ 요렇게 하면 엄마가 절 못 보실 거예요. 깜짝 놀라게 해 드릴 거거든요.


"까꿍~" 엄마 저 여기있어요~


"ㅇㅓㅁㅁㅏㅇㅓㅁㅁㅏ"

"동글이 왔어? 까꿍~"

엄마도 까꿍~ ^^ 동글이의 미소 로켓 발사~~~ 요리조리 피해 가며 못 가는 곳이 없죠.




동글이의 묘기대행진


으랏차차차~ 보행기에 엄마가 태워주지 않아도 혼자서 척척 올라갈 수 있어요. 보행기를 타려고 그러냐고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소파 위의 피아노를 가지고 놀려고요. 영차~ 됐다!! 보셨죠? 제가 한번 한다고 맘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장난감을 갖고 놀아볼까요?


장난감은 또 요렇게 갖고 노는 게 제맛이에요. 책상 위에 배 깔고 내려다보며 가지고 놀면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장난감은 영 심심하네요?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장난감보다 엄마의 주방이 더 재미있어요. 왜 엄마는 재밌는걸 맨날 엄마만 갖고 놀까요? 제가 가면 "이놈~~" 하신다니까요? 아무래도 엄마 혼자만 재밌게 놀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엄마가 보지 않을 때 얼른 가 볼까요? 걱정 마세요. 엄마가 나타나면 미소 로켓을 날려드리면 되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스스륵 녹아내려요.





분주한 동글이는 어느새 또 살림을 차렸네요. 오늘도 위생팩이 공격당할 예정이에요. 매끈매끈 부스럭부스럭~ 뭔지는 모르지만 쑥쑥 잡아당기니 쏙쏙 빠지네요? 에라 모르겠다. 털푸덕 앉아서 제대로 놀아봐야겠네요. 


"조금 있으면 '동글아~이제 그만'이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기 전에 힘을 내야 해요." 


지퍼백 한 통을 다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면 충분해요. 주방에는 재미난 것들이 많죠. 쏙쏙 뽑아서 조물조물하면 '바스락바스락' 소리도 재미있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글이의 하루는 정말 바쁘다~ 바빠~




'어? 동글아~ 어디 있니?' 주방에서 저지레를 하던 동글이가 안 보이네요? 어디 갔을까요??


등반을 한 번 해 볼까?


갓 기기 시작할 때부터 붙잡고 오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올라가는 스파이더 동글이예요. 소파 꼭대기나 침대 가드 위에서 떨어져 응급실에 간 적도 있어요. 머리에 혹이 생기는 것은 일도 아니랍니다. 운동신경이 남다른 동글이에게 '클라이밍'을 시켜야 할까 봐요. 걷지도 못하는 동글이가 어떻게 벽 타기는 저렇게도 잘할까요?




뭐니 뭐니 해도 동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딩동댕~~~ 맞았어요. 주방~!

싱크대 속에서 신나는 신비의 세상이 펼쳐져요.


엄마~ 이러시면 안되죠... 안열리잖아요.... ㅠ.ㅠ



"어랏!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열리지가 안네? 이런 답답할 데가 있나..." 

엄마~ 이러시면 안 되죠. 제가 아직 말을 못 한다는 거 아세요? 모르세요? 이게 분명 조금 전에도 열렸었거든요? 이거 그냥 울어버릴까? 아니지... 우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어쩔까나? 울지 않으려는데... 우웅~ 눈물이 날 것만 같아요... 에라 모르겠다.


"ㅇㅓㅁㅁㅏㅇㅕㄹㅇㅓㅈㅜㅓ"

엄마~ 빨리빨리 열어주라고요~ 슬퍼질 것 같아요.


아니~ 아니~ 보지마세요.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을꺼예요.


이제 엄마가 잠가놓지 않네요? 이거예요. 잠가놓으면 안 되죠.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이제 붙잡고 설 수 있어서 보행기는 필요 없어요. 보행기 없이 다니는 게 훨씬 편해요. 제가 기어가는 속도가 엄청 빠르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서랍 속 물건들을 많이 치우셨나 봐요. 얼마 없네요.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서 놀아봐야겠어요.


'아니~ 보지마세요~ 잠깐 들어갔다나올께요. 이 속엔 재밌는게 너무 많거든요.'



"아니~ 보지 마세요. 별 일 아니에요. 걱정 마시라니까요? 잠깐만 들어갔다 나올게요." 

'동글아, 거기 못 들어가. 네가 들어가긴 너무 좁지 않니? 조금 있으면 싱크대 속 냄비들이 밖으로 놀러 나오겠구나.' 


동글이 덕에 주방 살림은 제자리를 잃어버려요. 냄비는 내쫓아 바닥에 구르고 온갖 주방도구로 마구마구 두드리며 연주를 하죠. 감쪽같이 사라져 찾아보면 싱크대 속에 들어가고... 유생 비닐, 쿠킹포일 등은 연일 다 뽑혀서 사방에 날아다니네요. 그래서 잠금장치를 만들었더니 너무 서러워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뒀더니 동글이가 그릇 대신 들어갈 줄이야...




쌀통의 쌀 한 줌 떠서 쫙~ 뿌려 놓고... 냠냠~ 먹어볼까나?


오늘은 쌀통이 동글이 레이다에 걸렸네요. 한 움큼 쥐고 바닥에 펼쳐 뿌려놓고는 냠냠 쩝쩝... 침이 범벅이라 손바닥에도 쌀알이 붙어있어요. "요게 뭐지? 먹어볼까? 음~ 맛있는데?" 푹 끓인 이유식과는 다른 맛이네요?


오~ 섰다! 그렇다면 달려볼까? 아쿠쿠~ 에잇! 그냥 기어가자!


"자~ 봐봐~ 섰지?" 이제 한 걸음 떼고 "요잇~땅~"

아구아구. 세 걸음도 못 뗐는데 털푸덕~ 넘어졌네요. "어쩌지? 다시 서? 좀 창피한데? 그래. 원래 기려고 했던 듯이 그냥 기어가자. 그게 더 빠르겠어." 얼렁뚱땅 기어가는 동글이의 표정이 참 익살스럽죠?


목표물을 향해 우다다 기어가는 동글이... 뛰어가려 했을까요? 기어가려 했을까요? 쉿~ 동글이 마음은 우리도 모르는 거예요. 아셨죠?




정관복원수술로 2박3일 입원 중


동글이를 낳기 위해 동글이 아빠는 정관복원수술을 위해 2박 3일을 입원하고 장장 6시간의 긴 수술과 전신마취를 감내해야 어요. 동글이는 임신 확률 10% 미만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기적처럼 찾아와 주었죠. 동글이가 찾아오길 기다리며 6개월 동안 매일 자전거를 타고 산을 뛰어오르며 8kg을 감량하고 채식 식단으로 바꾸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원래는 상추 한 장 안 먹는 고기파 식단이었거든요.


※ 정관 복원 수술
정관 복원 수술은 피임을 목적으로 이전에 정관 절제술을 시행했거나 기타 다른 요인으로 막힌 정관을 다시 연결하여 정액에 정자가 나오도록 하여 자연 임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술입니다.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실로 끊어진 정관을 연결시키므로 정교한 술기가 필요한 현미경적 수술이 주요하며 정관 수술 후 모두가 임신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수술 기법의 발달로 해부학적 개통률은 90%에 달하지만 임신율은 40~7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률의 차이는 정관의 협착, 부고환 기능 저하, 항정자 항체, 배우자 이상 등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 수술방법
1. 척추 마취(경막 외 마취) 혹은 국소 마취를 특수 기구를 써서 정관을 음낭 피부 밖으로 노출시킨 다음 절제되어 있거나 막힌 정관의 부위를 확인합니다. 복원에는 확대경이나 10~15배 확대 수술 현미경이 사용됩니다.
2. 한쪽 정관의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교차 정관 정관 이음술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관과 부고환을 직접 연결시켜 주는 수술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출처 : 다음 백과



기적처럼 찾아온 동글이예요.


조리원에서도 순하게 잘 자죠? 아빠품도 상관없어요.


동글이는 자라는 내내 울거나 떼쓰는 법이 없었어요. 늘 함박웃음으로 온 가족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동글이였죠. 우는 사진 하나 얻으려고 약을 올려도 방실방실 웃는 동글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가족 모두의 행복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크는 로운입니다.









동글이의 성장 이야기 2편은

다음 회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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