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Sep 09. 2021

#4. 출산! 그 감격의 순간

"나에게 온 아기, 나를 떠난 아기" 그리고 눈물


출산에는 두 가지 유형의 출산이 있습니다.

하나는, 나에게 찾아온 아기를 맞이하는 출산, 또 하나는 나에게 잠시 머물다 떠나간 아기를 보내는 출산입니다. 맞이하는 출산에는 말로 표현 못할 감격의 기쁨이 있지만, 보내는 출산에는 상처 받고 자책하는 나의 슬픔과 아기에 대한 애도가 남습니다.


오늘은 두 가지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쁨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지, 슬픔과 애도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지 갈등하느라 오래도록 [작가의 서랍]에 머물렀던 글을 꺼내봅니다.




나를 찾아온 아기와의 만남


아기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37~42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37주 정도가 지나고 아기의 몸무게가 3.0kg 이상이 되었다면 언제 태어나도 이상 할 일이 아니에요. 열 달의 시간이 누구에게는 짧고 누구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아기를 품고 있는 엄마에게는 의미 있는 하루하루가 되었을 거예요.


출산을 생각하면 두려움도 생길 겁니다. 예측 가능한 고통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일이죠. 자연분만(질식분만 vaginal delivery)이든 제왕절개(Cesarean Section)든 할 것 없이 아기를 낳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고, 생사를 가르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질식분만(자연분만)의 출산과정
◎ 자연분만의 의미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출산 과정이 순조롭다면 당연히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자연분만은 진통의 고통이 큰 반면 고통을 이겨내는 보람도 크고,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와 태아가 함께한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제왕절개에 비해 적어도 두 배 이상 출혈이 적고, 질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산욕기 감염이 적으며, 아이에게도 여러 가지로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평소 건강한 임신부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으므로 그동안 익힌 호흡법과 이완법을 충분히 활용한다.

◎ 출산에 꼭 필요한 3가지 요소             
출산의 진행을 좌우하는 요소는 산도, 만출력, 태아의 힘 3가지다. 순조로운 출산을 위해서는 임신부와 태아가 건강하고, 이 3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 출처 : 다음 (임신 출산 육아백과)




분만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요. 병원마다 다양한 분만법으로 산모를 이끌어주지만 겪어내는 것은 산모의 몫이니 미리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분만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첫 아이는 르바이예 분만으로 출산을 했습니다. 분만 침대가 경사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분만 시간은 좀 길게 걸렸지만 내진(의료진은 내진을 통해 자궁구가 열린 상태, 산도의 부드러움, 파수 여부, 태아의 하강 정도 등을 확인합니다.)을 자주 하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첫째의 출산은 저도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서 모두 저와 같은 출산을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둘째를 낳고 보니 르바이예 분만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만법이 어떠냐에 따라 산모가 갖게 되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개인의 경험이므로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을 고지합니다.)


※ 르바이예 분만 방법

분만실에는 임신부가 태교를 하면서 평소에 즐겨 듣던 음악을 틀어놓는다. 분만실의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하고 조용히 분만을 진행한다. 임신부는 분만 직전까지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 진통을 줄인다.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게 아이를 받은 다음, 탯줄을 즉시 자르지 않고 아이의 안정을 위해 엄마 배 위에 5~6분 정도 엎어두었다가 탯줄의 박동이 그친 뒤 자른다. 이렇게 받은 아이는 악에 받친 소리로 울지도 않을뿐더러 이내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다 편안한 숨소리와 표정으로 잠든다.

※ 르바이예 분만의 장점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출산하기 때문에 임신부의 심신이 안정된다. 또한 분만실 조명이 어둡기 때문에 아이 시력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 출처 : 다음 (임신 출산 육아백과)


출산이 시작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 (참고 : 국가 건강정보 포털)




막달에 접어들면 매주 검진을 받게 됩니다. 검진받으러 갔다가 자궁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첫 아이는 예정일 2주 전 진통이 진행되기도 전에 조기 양막 파열로 입원을 먼저 했습니다. 가정에서 조기 양막 파열이 되면 빠른 시간 내 병원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조기 양막 파열은 임신 주 수에 상관없이 진통 전에 양막이 파수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임신 37주 이전의 파수로 인한 조산, 세균 감염 등이 문제가 됩니다. 간혹 탯줄이 먼저 자궁에서 나오면서 태아가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출처 : 다음 (임신 출산 육아백과)





둘째 아이는 흡입 분만을 했습니다.


흡입 분만(吸入分娩)   

자연 분만 시에 흡입 컵을 태아의 머리에 부착하여 음압을 만든 뒤 잡아당겨서 분만을 하게 하는 일. 주로 분만의 최종 순간에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을 때 사용한다.    

* 출처 : 다음 사전


첫 아이는 2.78kg의 작은 아기였으나 골반이 열리지 않아 18시간의 진통을 겪고도 난산으로 출산하였습니다. 분만을 도와주시던 선생님께서 둘째를 낳게 되거든 꼭 제왕절개로 수술을 하라고 권하셨죠. 8년이 지나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첫아이 때의 경험을 말씀드렸는데 첫 아이가 난산이었어도 둘째는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고 안심을 시켜주셨습니다.


둘째는 예정일이 가까이 오는데도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어요. 예정일이 가까이 오니 아기가 태내에서 많이 자라기 시작했죠. 하루하루가 다르게 아기가 자라고 아기는 나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어요.


"하루 세 시간 이상 경사가 있는 길을 걸으세요."


출산 예정일 2주 전부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래도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반짝! 났죠. 무거운 몸과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경사로를 걸을 수 있는 흙과 잔디가 있는 길... 어딜까요? 맞습니다. 골프장이었어요. 그래서 골프 대회가 있는 곳을 찾아 갤러리 티켓을 끊어 걷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기가 꼼짝 않고 의사 전달을 합니다.


"엄마~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아요."


예정일이 지난 후부터는 더 강도 있는 경사로를 더 오래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변화가 없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의논을 했어요.


 "필드에 나갈 때 나를 곁에서 걷게 해 주세요."


그렇게 남편을 따라 골프장을 걸었습니다. 13홀쯤 지나는데 뭔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양이 너무 미미해서 만삭 증후라고 생각하고 18홀을 다 걷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씻으려고 보니 낮에 이미 조기 양막 파열(양수가 미리 터진 것)이 되었었음을 알게 되었죠. 첫째를 출산할 때 골반이 열리지 않아 18시간 진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조기 양막 파열을 알고도 집안 정리를 어느 정도 부지런히 했습니다. 그리고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병원으로 갔죠.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 혼쭐이 났습니다.


"둘째를 출산하시는 산모님이 양막 파열이 낮 3시에 있었는데 지금 병원에 오시면 어떡합니까? 자칫 집에서 출산을 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둘째는 산모님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습니다."


라며 진심으로 화를 내셨어요.

조기 양막 파열이 진행되고 밤 10시가 넘어 병원에 도착하니 일반 분만으로 출산을 해야 했고, 무통분만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아이 모두 무통주사 없이 출산을 했습니다. (엄청 아팠어요. ㅠ.ㅠ)


둘째의 병원은 조산사가 있는 병원이어서 자주 들어와 내진을 하셨어요. 첫째 때와 너무 다른 분만환경에 몸도 마음도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역시 골반이 열리지 않고 아기의 머리가 걸린 채 2시간이 지나도록 미동이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미 진통을 다 겪고 수술을 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시며 흡입분만을 권하셨습니다. 흡입분만 시 음압기의 사용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위급한 상황에 최대 세 번 사용할 수 있으니 힘을 잘 주고 선생님과 호흡을 같이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마지막 한 번이 남았을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번에도 실패하면 수술방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산모님, 힘드시겠지만 우리 마지막 한 번을 잘해 봅시다!"


그렇게 흡입분만으로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첫째는 2.78kg이었는데, 둘째는 3.74kg으로 세상 구경을 나왔어요. 아기를 낳느라 너무 힘을 많이 써서 그 후 혈압이 60/40으로 떨어져 혈압을 올리는 조치를 받고야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조산사의 내진 분만은 진통의 흐름을 빠르게 진행시켜서 출산하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큰 장점이 있어요. 첫째는 18시간을, 둘째는 조산사의 도움으로 8시간의 진통을 겪고 출산을 했습니다.   



출산의 진행단계 (참고 : 국가 건강정보 포털)




아기를 맞이하는 일은 세상 그 어떤 감정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격과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아기를 낳을 때 '두 번 다시 겪지 않으리라' , '내 인생에 더 이상 아기는 없어.'라고 생각했마음이 사라지고 또 아이를 낳게 되죠. 호흡이 있는 모든 생명체는 경이롭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반려식물도 그러한데 사랑하는 부부가 하나가 되어 출산 한 아기를 맞은 그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첫째와 둘째의 출산 첫 날


아기를 낳으면 간호사가 곁에서 보고를 합니다.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 10개씩 있고, 호흡 안정적입니다."

건강하게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음성이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그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쳤어요.


"오 나의 하나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무런 욕심도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렴.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말하던 그 순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나에게 잠시 머물다 떠나간 아기를 보내는 이별


첫 번째 아기는 12주에 떠나갔습니다. 유난히 임신 호르몬에 민감한 저는 착상과 동시에 입덧이 시작되는데 아기는 입덧이 없었습니다. 임신 5주 차가 되니 아랫배가 뭉치는 느낌이 거듭 들었어요. 착상혈인가 싶을 정도의 혈흔이 속옷에 묻어나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자궁 내 혈이 고인 것은 아니니 안정을 취하고 되도록 누워있으라고 말씀하셨죠.


입덧이 있었으면 좀 더 많이 누워있고 쉬었을 텐데 아무 증상이 없고 몸도 가벼우니 조금씩 움직였던 것이 아기에게 무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12주가 되었고 저녁부터 아랫배의 통증이 밀려왔어요.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 친정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죠. 119를 부를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병원에 도착 해 입원을 하고 유산방지 주사를 맞고 있는데 밑이 뜨끈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났어요. 간호실 호출을 하고 선생님이 오셨는데 유산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즉시 수술실로 옮겨져 소파수술을 받았습니다.


◎ 유산

유산의 유형에는 자연적으로 유산이 일어나는 자연유산, 의도적으로 유산시키는 유발 유산, 태아가 자궁 내에서 이미 죽었지만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인 계류유산이 있다. 자연유산의 원인은 태아의 유전적 결함, 급성 감염성 질환, 자궁암이나 다른 자궁 이상, 태아가 외상을 입거나 탯줄에 묶여서 사망하는 경우, 프로게스테론 분비 결핍 등과 같은 내분비계 질환이 탈락막의 발달 부전을 초래하는 경우 등이다. 유발 유산은 모체의 생명이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강간 등으로 인한 임신을 중단시키기 위해, 심한 기형·정신박약·유전적 이상 등이 있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아제한 등의 경우에 시술된다. 임신기간이 길수록 유산으로 인해서 모체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진다.

* 출처 : 다음 (임신 출산 육아백과)



두 번째 아기는 주수가 지나가도 아기집이 자라지 않았어요. 자궁 내 사망이 확인되지 않는데 5주 차부터 9주 차까지 아기집과 태아가 자라지 않고 멈춰있었죠. 10주가 되니 의사 선생님께서 계류유산으로 수술을 권하셔서 짧게 머물다 떠났습니다. 두 번째 아기가 기억에 남는 것은 예정일이 제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슬펐습니다.





유산은 출산과 같습니다.

같은 과정으로 아기를 낳는데, 엄마라고 불리지 못하는 아픔이 남죠. 아기를 떠나보내면 엄마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머물고, 거듭되는 자책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기를 낳고도 몸조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곁에서 챙겨주는 이가 있든 없든 자식을 보낸 엄마의 마음이 아파서 회복의 시간보다 애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출산의 과정을 겪은 많은 엄마들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유산의 경험은, 쉽게 입에 올려 대화의 소재로 삼기는 무거운 주제입니다. 유산 후 몸조리를 할 수 없어서, 건강이 상하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거듭되는 자책이 올라와서 몸조리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마음 때문에 못하게 되죠.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이유로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을 합니다. 시험관과 인공수정에 실패하거나, 자연유산이 반복되면 임신이 되어도 임신 초기에 아기를 잃게 되는 일이 거듭되기에 상처 받고 아픈 엄마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일을 합니다. 아파봐야 속을 안다는 옛말이 그른 것이 없습니다. 제가 경험 한 만큼 다른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축제와 같은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아픔과 애도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게 되는 글을 써 보았습니다. 출산이 아기와의 만남이 아닌 분들도 계시기에 함께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기록을 남겨봅니다. 혹시 주변에, 아니 내 아내가 원하지 않는 유산을 경험했거나 지금 그런 일을 경험하고 계시다면 '유산도 출산과 같으니 몸조리해!'라고 말씀하지 마시고, 같이 안아주고, 울어주고, 얼마간의 기간 동안 머물렀던 그 시간을 함께 애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산모 스스로 애도하기 어렵습니다. 끊임없는 자책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 산모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니 얼싸안고 같이 울고 다독여서 아픈 그 마음이 녹아지도록 충분히 사랑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로운입니다.









* 사진 및 자료출처 : 다음 (임신 출산 육아백과)




이전 03화 #3. "아가야~ 조금만 참으렴. 우리 곧 만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