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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27. 2021

찬바람도 피해 갈 '남편 사랑 어묵탕'

뜨끈한 국물이 땡기는 계절~ 남편의 한 마디 "어묵탕 끓여줄 수 있어?"

남편은 반찬투정을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주부님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초딩입맛"이죠.


식탁 위를 채워줬을 때 좋아하는 메뉴가,

스팸 구이, 비엔나소시지볶음, 계란 프라이, 계란말이, 계란찜, 김구이, 어묵볶음... 등

주부님들이 반찬이 부족하다 느껴질 때 곁가지로 낼 법한 메뉴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자주 해 주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듯합니다.

만들기도 쉽고, 시간을 안 들여도 되는 간단한 메뉴이고,

재료만 있으면 뚝딱 해치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굳이 자연식으로 먹어야 한다며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는 아내입니다.


사실 저도 간편한 반조리 제품을 좋아합니다.

가공식품으로 반찬을 만들면 애써 맛을 내지 않아도 맛이 납니다.

솜씨 같은 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상 차려주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어떤 메뉴가 됐든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제 마음만 불편한 거죠.

그게 주부의 마음인 듯싶습니다.

그렇다고 가공음식이 건강을 해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공식품 사장님들... 오해하시면 아니되옵니다...)

그저 한 번이라도 손을 더 거쳐서 잘 챙겨주고픈 아내의 마음, 엄마의 마음입니다.




남편은 가끔 뜬금없이 어묵탕을 찾습니다. 


"혹시 어묵탕 끓여줄 수 있어?"

"어묵탕 먹고 싶어요?"

"응. 뜨끈뜨끈하게..."

"어묵이 맨날 냉장고에 있나요? 장을 봐야 있지."

"그럼 지금 못해?"

"새벽 배송으로 받아서 내일 아침에 끓여줄게요."


남편의 주문으로, 남편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어묵탕]을 끓여보려 합니다.

간단하게 끓여도 그냥 맛이 날 것을 전처리 과정으로 마음을 가볍게 해서 깔끔하고 담백하게 끓여보려고 합니다. 로운의 방법으로 끓여 낸 칼칼하고 시원한 '남편 사랑 어묵탕'을 함께 만들어 볼까요?



 '남편 사랑 어묵탕'
멸치육수, 어묵, 다진 마늘, 다진 파, 멸치액젓, 구운 소금, 후추 등




새벽 배송으로 받은 어묵입니다. 어묵탕용으로 포장된 어묵에는 어묵 국물용 수프가 들어있는데 이 제품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수프가 들어있으면 마지막 간을 맞출 때 수프로 간을 맞추시면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부산에서 살 때 깡통시장 어묵 골목으로 어묵을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수프도 따로 파는데 요즘 유행하는 동전 육수처럼 어묵 수프도 국물 맛을 내기 위한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서 맛을 더해줄 뿐 MSG 덩어리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버리지 말고 잘 활용하시면 맛있게 드실 수 있으실 듯합니다. 어묵 수프로 콩나물, 시금치나물 등을 만들 때 곁들이시면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⓵ 냄비에 물을 끓인 후, 끓는 물에 어묵을 넣어 살짝 튀겨낸 후 체에 받쳐 둡니다.


끓는 물에 어묵을 한번 튀겨내면 유탕 처리된 기름이 빠져서 국물이 깔끔해지고 기름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개인의 취향이니 이 과정은 생략하셔도 좋습니다. 기름기도 제하고 소독하는 과정으로 번거롭지만 어묵뿐 아니라 스팸, 비엔나소시지, 프랑크 소시지와 같은 가공식품을 한 번씩 튀겨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⓶ 무를 나박 썰어 냄비에 넣은 후 미리 끓여 둔 멸치 육수를 냄비의 2/3 정도 넣어 끓여줍니다.



⓷ 어묵은 꼬지에 꽂아서 준비해도 좋고 저처럼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⓸ 대파는 총총 썰어서 준비합니다. / 어묵과 대파가 준비되었습니다.



⓹ 나박 썰은 무에 멸치육수를 부어 한소끔 끓여낸 후 마늘을 넣어줍니다.


국물용 수프가 없는 제품을 구입하셨거나, 멸치육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하셨다면 동전 육수를 추천드립니다. 여러 회사에서 동전 육수 제품이 나오고 있으니 어느 것이든 구입하셔서 사용하시면 맛있는 육수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동전 육수는 시간이 지나면 공기를 머금어 변색되거나 축축해질 수 있으니 개별 포장된 것을 추천드립니다.



⓺ 국간장을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간장 맛이 진해서 깔끔한 어묵탕 맛이 나지 않아서 멸치액젓과 구운 소금으로 맛을 냅니다. 오늘은 액젓이 아닌 친정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홍게 맛장'이 있어서 개봉하여 넣어보았습니다. 홍게 맛이 멸치육수와 만나니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서 제 입맛에는 딱 맞았습니다.

 


⓻ 간을 하고 나면 거품이 올라옵니다. 거품을 깨끗이 걷어내 주세요.



⓼ 거품을 걷어 낸 냄비에 손질된 어묵을 넣고 한소끔 끓여냅니다.



⓽ 미리 썰어놓은 대파를 넣어줍니다.

 


⓾ 초록 고춧가루와 후추를 넣어줍니다. (청양고추를 총총 썰어 넣으셔도 되고 생략해도 좋습니다.)



⑪ 구운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맞추면 완성!


보글보글 맛있어 보이죠?



⑫ 그릇에 담아 가족과 함께 냠냠!




사각어묵 / 꼬치어묵 / 국물용 어묵 (광고아님)


사각어묵은 부드러운 맛이 나고, 어묵탕용 어묵은 쫀득한 식감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착한 가격과 부드러운 맛이 나는 사각어묵을 더 좋아합니다. 사각어묵을 꼬지에 꽂아 꼬치어묵으로 간식을 자주 만들어주는데 요즘은 꼬지에 꽂아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나와서 수고로움을 덜어주어 활용만점입니다. 꼬지에 꽂아서 판매하는 제품이 값은 더 나가는데 잘 퍼지지 않고 식감이 더 좋습니다.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시면 꼬지 제품을 추천드립니다.




어묵탕의 간은 심심하게 밥 없이도 먹을 수 있도록 해서 만드는 편입니다.

어묵탕은 밥과 함께 국으로, 떡볶이와 함께 곁들임으로도 잘 어울려서 식사 대용으로도 간식 대용으로도 활용 만점입니다. 요즘처럼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잖아요? 간편하게 끓일 수 있고 호불호가 없는 메뉴라서 가정마다 쉽고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어묵탕을 끓여보았습니다.


어묵탕을 끓일 때 건더기를 많이 넣는 편입니다. 남편과 동글이는 국물을 좋아하고, 앵글이는 건더기만 먹기 때문에 국물 양과 건더기 양이 거의 동일할 만큼 많이 넣어 조리합니다. 그래서인지 국물 맛이 더 진하게 우려 지는 것 같습니다.


후루룩 끓여도, 저처럼 약간 번거롭게 끓여도 거의 비슷한 맛이 나는 어묵탕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는 꼬치어묵이 최고인 듯합니다. 대학시절 서울 당산역 근처에서 살았는데 역전에 병렬로 길게 늘어 선 포장마차가 생각이 나네요. 도시환경개선으로 길거리 포장마차가 다 사라졌지만 가족의 생계와 자식들 대학 학비를 벌어 낸 포장마차는 서민들의 삶 자체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당산역 전에서 제가 과외를 하던 학생의 할머니께서 포장마차를 하셨었는데 어르신을 도와드리려고 자주 일손을 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떡볶이, 야끼만두, 순대, 어묵 등을 포장마차에서 파셨는데 한 메뉴 당 10만 원씩 순이익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10만 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30년 전 10만 원은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어르신을 도왔던 것은 아니고, 힘들어 보여서 일손을 도와드렸었는데 그 덕분인지 떡볶이와 어묵탕은 꽤 잘 만듭니다. 


상가에 임대료와 세금을 내며 운영하시는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지만, 보증금과 월세를 장만할 수 없어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포장마차는 생계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산역 전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낮에는 벤츠를 몰고 다닌다는 후문이 그 당시에도 있었지만 믿거나 말거나죠. 매일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에 하루도 쉼 없이 장사에 나서고, 어느 날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포장마차가 있으면 폭력이 오갈 만큼 다툼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역전에 집이 있어서 밤새도록 오가는 사람 소리, 포장마차끼리 다투는 소리, 술에 취한 취객이 공중전화부스를 부수는 소리 등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제 방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면 사람 사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보여서 싸움이 나면 경찰에 신고하는 일 또한 제 일 중 하나였었죠. 아마도 연 중 신고 회수로 치면 제가 그 지역에서 단연 1등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며 어깨가 무겁도록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삶의 다양한 형태를 눈으로 보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살아가는 데 어려움 없이 안정된 삶이 주어져 감사한 나날이 이어지지만 그 시절 당산역은 포장마차와 좌판에 늘어놓은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로 인도가 좁아져 자주 단속반이 출몰하는 곳이었습니다. 저 멀리 단속반의 트럭이 다가오면 포장마차 리어카를 밀며 눈썹이 휘날리도록 도망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너무하다 싶었지만 지나 놓고 보니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그분들의 노고도 만만치 않았을 듯싶습니다. 단속반에 걸리면 포장마차 리어카 째 트럭에 싣고 단속반이 해당 집합소로 가 버립니다. 망연자실 그 자리에 실랑이를 하다 지쳐 주저앉은 사람들과 구경꾼들의 표정들에는 삶의 애환이 서려있습니다. 한 번 리어카를 빼앗기면 짧게는 1주, 길게는 열흘 이상 장사를 하지 못하는 포장마차 주인들은 생업을 잃은 허망함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었죠. 


깨끗이 정돈된 신도시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살아보겠다고 아귀다툼하는 모습을 TV 속 남 얘기처럼 접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때로는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과 연민을 몸으로 체득하며 공감할 수 있는 경험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묵탕 한 그릇 끓여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민의 음식이고, 손쉽고 값싸게 배 채울 수 있는 음식에 사람마다 갖가지 추억이 깃들어있고, 향수가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서민 코스프레하느라 평소에는 우리네 아이들과 같이 TV 속 남의 일처럼 경험해 놓고서 그 마음을 다 아는 양 섣불리 이야기하는 이가 나라의 이끔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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