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안 먹어도 급식 줄은 전교 1등
※ 하윤이는 부모님이 직장 내 감염으로 생활치료센터에 가시고 하윤이는 자가 격리되었어요. 접종 완료 한 오빠는 정상 등교했지만 미접종이었던 하윤이만 3주 격리되어 등교를 못 했죠. 요즘에는 감염이 되면 열흘 간 치료 후 일상 복귀되는데 미접종자는 세 번의 검사와 자가격리 기간을 가집니다. 감염자보다 격리자가 더 고생이죠.
※ 앵글이는 밥을 잘 안 먹습니다. 급식은 거의 먹은 날을 손꼽죠. 그런데 줄 서기에 목숨 거는 앵글이... 진짜 딸이지만 신기한 발상 아닌가요? 남편이 가끔 8차원쯤 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작은 머리에 무슨 창의적인 사고들이 들어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단체 급식은 대체로 맛이 없습니다.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고, 정말 건강한 몇 가지 재료로 맛을 내거든요. 한식 조리에 사용하는 조미료는, 소금, 된장,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참기름, 깨, 후추 정도가 전부입니다. 10년 전쯤 한식조리사 과정에 등록해서 수업을 받는데 강사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조리사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영양소에 맞춰, 위생적으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시험 볼 때 나도 모르게 남은 재료를 입으로 가져가면 그 자리에서 탈락입니다. 위생 점수가 워낙 높기 때문이죠. 조리 수업을 받을 때에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해진 양만 넣어서 예쁘게 담아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앵글이의 말이,
"엄마, 학교 급식을 생각해 봤는데... 영양사 선생님이 주부인 학교는 밥이 조금 맛있어. 아무래도 엄마 마음이 들어가니까 아이들이 조금 더 맛있게 먹으라고 간도 조금 더 하시고, 메뉴도 우리들 좋아하는 것으로 하시는 것 같아. 그런데 미혼 선생님이 영양사인 학교는 맛이 정말 없어. 정말 레시피대로만 만들어서 그런가 봐."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 급식은 어때? 맛있어?"
"아니, 맛없어! 완전... 그래서 그냥 안 먹으려고..."
아이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씁쓸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오늘도 아이와 함께 크는 로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