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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13. 2022

엄마는 나에 대해『성적이랑 성-적』관심만 있다!

내 마음속 지킬 앤 하이드

내가 하고픈 일은 초등~고등 연령의 청소년과, 예비부부들을 위한 '실제적 사랑에 관한 강의'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 TV 유튜브 채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입문』에 대한 촬영 제안이 왔다. 유 퀴즈처럼 진행자와 함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방송이다. (2시간 촬영을 한 후 15분 남짓으로 편집해서 방영될 예정이다.) 낯선 경험이었지만 제안된 주제가 꼭 해보고픈 강의 내용이기도 해서 덜컥 응했다. (그래 놓고는 2주 내내 잠을 설쳤다.)


유초등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에 관하여 다수의 학부모들은 거부반응을 보인다. '굳이 미리 알 필요 없는 것을 알려줘서 좋은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어서 한 번 물고를 틔워주면 한 없이 솟아오른다.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이고, 알아야 할 권리가 아이들에게도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알고 예방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모르고 우연한 경로로 노출되는 것이 좋을까?


이왕이면 '나를 사랑하고, 지키는 교육'과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타인을 존중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 많은 학부모들에게, '당신들은 어떠한 경로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까?'라고 질문하고 싶다. 인간이 태어나 만 5세 정도 되면 해부학적 다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 관심은 이성의 끌림으로 이어진다. 단순 호기심일 때부터 기초적인 성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교육은 부모가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성'은 은밀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려고 한다.

안으로 숨는 폐쇄적인 성을 경험한 아이들은 왜곡된 성으로 '성'을 경험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이고, 건강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눈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은(요즘은 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시작되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 주변에서는 유소년,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성'과 관련된 사고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건강한 성'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우리 부모들은 '건강한 성'을 누리고 살 권리에 대해서 자녀들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에 관하여 개방적인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생명의 탄생 때문이다. '성'과 '생명의 탄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생명의 탄생'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그래서 '내 자녀와의 성'에 관한 대화는 꼭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성교육 강사'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성교육'은 '성관계 교육'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교육'이라고 하면 '성관계'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성관계에 관한 교육' 이라기보다 '올바른 피임 교육'에 더 가깝다. 기초단계에서는 해부학적 특징대하여 이해하것부터 시작이다.


"요즘 건강 어떠세요? 위장과 식도는 많이 나으셨나요?"

"어머... 부끄럽게 어떻게 내장 기관에 대해서 대놓고 물어보세요?"


라고 답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식기에 관련된 명칭에만 거부반응을 보인다. 폐, 심장, 간, 위, 소장, 대장 말하듯 생식기 명칭도 편안하게 명칭으로서의 의미만 담아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생식기 명칭에 대한 수치감 또는 거부감 없이 자랄 것이다.


유초등 교육에서 가장 큰 실수는 생식기를 '소중한 곳'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식기 외의 신체기관은 '소중한 곳'이 아닐까?


우리 몸의 그 어떠한 곳도 허락 없이 타인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함부로 해도 될 신체 기관은 절대 없다. 그러므로, 생식기가 '소중한 곳'이 아니라 우리 몸은 소중하며, 단지 손만 잡더라도 동의 없이 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


20년 넘도록 많은 학부모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다양한 임신의 경로를 접했다. 20년 경력 중 10년은 출산 이전의 경험이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며 내가 배운 한 가지는, '계획된 생명 맞이'이다. 결혼 이전에 서로가 배우자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마땅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를 살펴야 하며, 임신의 과정은 어떻게 치러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심도 있는 나눔이 필요하다. 적어도 술에 취해 얼결에 갖은 관계로 생명을 맞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자녀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계획해서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맞이한 생명은 시작부터 다르다. 임신 전 단계에서부터 부부가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최상의 상태에서 관계를 가져야 한다. 태중 열 달도 부부가 성실히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함께 부모가 될 준비를 하여야 하며, 출산 이후의 과정에 관하여도 부부가 함께 계획하고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생명 맞이를 위해 몸과 마음을 건강히 다진 후 맞은 아이는 기형아 출산 또한 현저히 낮출 수 있다.(이것은 글쓴이의 주관적 관점입니다.)


19세가 된 앵글이를 매개로 한 학부모 친구들이 다. 우연히 남아를 키우는 친구 엄마들이 더 다. 덕분에 딸을 키우면서도 아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초등 4학년이 된 동글이가 새 학기가 된 후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


"엄마, 어떡해?"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우리 반 여자아이들이 나 좋아한대."

"그래?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무려 5명이나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어. 이럴 땐 누구랑 사귀어야 해?"

"그중 좋아하는 마음이 제일 많이 드는 친구랑 사귀면 되지."

"난, 다 좋아하는데?"

"그럼 안되지. 한 명만 선택해야 해. 어떻게 5명이랑 동시에 사귈 수가 있겠어."

"아... 너무 어려워."


그때 앵글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동글아, 그럴 땐 제일 예쁜 친구로 선택하면 돼."

"진짜?"

"선택이 어려울 때는 제일 예쁜 친구랑 사귀면 되지. 이건 불문율이야."

"너는 어쩜 그리 세속적인 답안을 주니~ 아직 11살밖에 안된 동생에게 말이야."

"살아보니까 예쁜 게 최고더라고."


물론 젠더 관점으로 볼 때 앵글이의 제시안은 정답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벌써 아이들과 이성교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19살 앵글이 주변 친구들도 많은 아이들이 이성교제 중이다. 신기한 것은 여자 아이들은 엄마와 이성친구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는 것이다.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앵글이 친구의 엄마들에게서 해답을 얻었다.(이것은 글쓴이의 개인적 경험입니다.)


대체로 나는 앵글이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편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개입보다는 추임새 정도만 반응한다. 그리고 아이가 질문을 할 때, 19살의 내가 되어 대화에 응한다. 이때 절대 하지 않는 것은, 취조식 질문과 답정너 식의 답변이다. 덕분에 아이는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는 요즘 청소년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앵글이의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들은 엄마와 이성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이유는 캐물어도 너무 캐묻는 엄마의 반응이 귀찮아서라고 했다. 엄마가 알게 되면 외출과 용돈 사용의 제한, 톡방 공개 등이 뒤따라와서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 앵글이 친구의 엄마들도 그랬다.


청소년기의 이성교제,

반대와 제한을 한다고 막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와 미리부터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나눠야 할 과제이다.


며칠 뒤 동글이가,


"엄마, 사랑이가 고백을 했어. 날 좋아한대."

"지난번에 사랑이가 고백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때도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래."

"동글이도 사랑이가 좋아?"

"응. 좋아."

"왜 좋아?"

"사랑이가 지나갈 때마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가."

"머리를 쓰다듬어줘?"

"응."

"그게 좋아?"

"응."

"그게 왜 좋아?"

"그냥 좋아. 그리고 내가 귀엽대."

"그리고 또 어떤 점이 좋아?"

"사랑이가 학교에서 내 사물함이랑 책상 속이랑 책상 위도 정리해줘."

"그래? 동글이는 동글이를 도와주는 친구가 좋은 거야?"

"응. 날 좋아하니까 도와주는 거겠지."

"그래서 사귀기로 했어?"

"응. 오늘부터 1일이야."

"그런데 동글아, 엄마가 궁금해서 그런데 초등학생이 사귀면 뭘 할 수 있어?"

"손을 잡을 수 있지."

"그래? 그럼 다른 친구랑은 손을 안 잡아?"

"안되지. 손은 사귀는 사람 하고만 잡을 수 있어."

"그래서 사랑이랑 손을 잡았어?"

"사랑이가 먼저 잡았어. 내 손을 잡더니 오늘부터 사귀자고 했거든."

"그래서 좋아?"

"응. 좋아."


동글이는 사랑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주어서 좋았다고 했다. 11살의 사귐은 '손을 잡을 수 있는' 관계인가 보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 나 사랑이랑 그냥 친구 하기로 했어."

"왜?"

"사랑이 엄마가 우리가 너무 어려서 사귀는 건 안된다고 했대."

"그래?"

"나중에 커서 사귀라고 했대."

"그래서 어떡하기로 했어?"

"그냥 친구 하기로 했지."

"사랑이는 뭐래?"

"엄마가 지금은 안된다고 하니까 고등학교 들어가면 사귀재.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어."

"ㅎㅎㅎㅎㅎㅎ"

"무려 1일 하고 3시간 만에 헤어졌어."


이런 걸 보면 여자 아이들이 성숙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동글이와 사랑이는 잠정적 연인 관계가 되었다. 여전히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고, 함께 토마토를 키운다. 물론 손은 잡지 않는다.


유튜브 촬영을 하던 날, 앵글이와 함께 촬영소로 갔었다. 오가는 길이 멀어 앵글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다 앵글이가 하는 말,


엄마들은 자식의 성적(成績)이랑 성-적(性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묘한 라임이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한참을 곱씹어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성'에 관한 공부를 하는 나는, '성'을 누리는 삶을 살지는 못하고 있다.


앵글이는 내게 무성애자라고 감히 말한다. 앵글이가 지켜봐 온 엄마가 '성'에 관하여 너무 무심하다는 것이 아이가 내린 결론이었다. '무성욕'과 '무성애'는 많이 다르다.(이 부분은 차후 다루고자 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성적 대상에 대하여 스킨십을 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사람을 '무성애'라고 한다.


하지만, 앵글이가 모르는 것이 있다. 나는 '성-적 관심'이 많다. 19살의 딸을 키우며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엄마에게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 안에도 음란마귀가 웅크리고 있으며 언젠가 폭발하듯 발산할 날이 꼭 오리라 본다. 아쉬운 것은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청춘이고 여전히 나는 젊은이 못지않은 사랑꾼이다.


안의 지킬은 필요에 의해 절제하는 삶을 살며, 넘치는 욕구를 글로 해소하고 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사람을 만난다. 내 안의 하이드는 로판(로맨스 판타지) 웹툰을 읽으며 호시탐탐 첫눈에 반한 남자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둘 만으로도 충분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서로를 탐하면서 말이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 대문 사진 : 동글이가 놀이터에서 친구와 함께 있는 장면을 동네 친구가 찍어서 보내주었습니다. "언니~ 동글이가 여자 친구랑 함께 있어서 찍어봤어요." 하교한 앵글이에게 보여줬더니 동네에서는 비밀이 없다며 '사진 찍히지 않게 조심해야지.'라고 합니다. 앵글이 말에 웃음 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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