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돕는 기쁨’은 함께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by 책밤

어떤 농부에게 아들 여럿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아들들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틈만 나면 다투기 일쑤였다. 그런 아들들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그래서 농부는 아들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한가지 묘안을 냈다. 농부는 아들들을 모아놓고 나무 막대기 한 묶음을 내어놓으며 말했다.


“자, 이 한 다발의 막대기를 부러뜨려보거라.”


아들들은 서로 돌아가며 막대기 묶음을 부러뜨리기 위해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자 농부는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 묶음을 풀고 각자 막대기 하나씩을 들고 부러뜨려보거라.”


아들들은 막대기를 하나씩 나눠 갖고 부러뜨리기 위해 힘을 줬다. 조금 전에 끙끙대던 모습이 무색하게도 막대기는 ‘탁’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농부는 아들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들들아, 너희들이 힘을 합치면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이고, 서로 다투기만 한다면 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위 이야기 속 농부의 아들들은 틈만 나면 싸우기에 바빴습니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 싸우는 아들들을 보며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그렇다고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누구 한 명의 편을 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저 아들들이 스스로 깨달아 서로를 위하게 만드는 방법이 유일한 대책이었습니다.


얇은 나무 막대기도 두 개, 세 개, 네 개 덧대어 나가면 감히 부러뜨릴 수 없는 두께가 됩니다. 그렇게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이 됩니다. 아들들은 두 번의 시도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한 것을 계기로 ‘서로 돕는 것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말합니다. 무게감 없는 종이 낱장도 함께 들면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일은 인생을 좀 더 활기차게 만드는 일인 것입니다. 하지만 정보든 물건이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월요일에 만난 사람들에게 주말 동안 한 일에 관해 물으면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봤다고 말하는 이가 많습니다. 아마도 유료 동영상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카테고리별로 수만 편에 달하는 콘텐츠가 대기하고 있으니, 그 모든 것을 소비하려다가는 집에만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흔에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많습니다. 매일 복잡한 출근길을 헤집고 일터로 향합니다. 그리고 틈틈이 지인들의 대소사에 참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납니다. 때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적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서 어쩌다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에는 온전하게 집에 머물고 싶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서로 돕는 기쁨’을 느끼려면 집을 나서야 합니다.


누군가는 ‘지금껏 밖으로 돌았는데 또다시 나가라니?’라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일터를 향하고 지인의 대소사를 치르는 것은 ‘진짜 나’로부터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것입니다.

점점 늘어나는 역할 속에 자기 본모습을 잊고 살아갑니다. 가족이 좋아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고, 길을 지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뒤돌아서면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남들이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기에 막히는 출근길에도 불평불만 하지 않습니다.


이제, 혼자만의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갑니다. 수만 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설 때, 소중한 인연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비로소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지장은 무게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원해서 맞잡은 백지장에는 묵직한 기쁨이 담겨 있습니다.


<삶에 무게를 더하는 이야기>

무언가를 혼자 힘으로 해냈다는 성취감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때론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시의적절하게 남에게 도움을 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따스한 봄날, 가까운 곳으로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났습니다. 캠프장에 도착해 새로 산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원터치 텐트’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작업은 전반적으로 수월했습니다. 잠시 뒤 텐트의 본체가 완성되고 출입구에 연결된 차광막을 치기 위해 지지대를 꺼내 들었습니다. 생각만으로는 차광막 또한 손쉽게 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도와주겠다는 아내를 만류하며 호기롭게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지지대 두 개로 차광막 양쪽을 받치는 형식이었는데, 양 끝에 끈을 연결해서 바닥에 고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지지대가 쓰러지는 바람에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자 한 발 뒤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다가와 지지대를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땐 꼭 말하라고요. 남는 두 손 있잖아요.”
그때 딸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뻗으며 말합니다.

“두 손 아니고 네 손이요!”

맞습니다. 삶에서 누군가를 돕는 일 못지않게 도움받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마흔에는 ‘함께하는 즐거움은 작은 도움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2화믿음은 남이 아닌 자신이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