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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맡기는 시간과 이별하는 법

by 책밤

대부분의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정해진 스케줄, 누군가의 요청 혹은 요구, 예상치 못한 사건, 그리고 무엇보다 게으름이라는 유혹에 끊임없이 반응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예기치 않은 파도에 떠밀리는 돛단배처럼 말입니다. 혹자는 이를 운명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 ‘주도권을 잃은 삶의 비극’일 뿐입니다.

사실, 운명에 맡겨진 삶은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 유행, 날씨, 심지어 과거의 실수 등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 채, 오직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인 ‘나 자신의 행위와 의지’는 등한시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는 첫 번째 행위를 새벽, 바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으로 보았습니다.


잠자리에서의 첫 번째 전투: 인간으로서의 임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제5권 제1장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을 엄격하게 꾸짖습니다. 이 구절은 잠자리에서 이불 속에 머물고 싶은 나약함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철학적인 반론입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을 때,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러 일어난다. 바로 그 임무를 위해 태어났고 세상에 나왔는데, 아직도 불평할 것인가?’”

이 말의 핵심은 새벽 기상을 단순히 ‘자기 계발’이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임무’와 ‘존재의 목적’이라는 거대한 철학적 주제로 승격시킨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침대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대부분 ‘쾌락’ 또는 ‘안락’이라는 감각적 충동을 따르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마르쿠스는 이러한 충동이야말로 우리를 ‘폭군이나 노예’로 만드는 근원이라고 보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행위는 곧 감각적 쾌락에 대한 이성적 의지의 승리를 의미합니다. 나는 따뜻한 이불 속에 갇힌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 이성에 따라 움직이는 자유로운 인간임을 선언하는 첫 번째 행동입니다.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러 일어나는 것’이라는 선언은 우리의 하루를 ‘휘둘리는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전환하는 스위치입니다. 황제인 마르쿠스가 말한 ‘인간으로서의 임무’란 정의로운 통치를 뜻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그날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내 존재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사색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통제 불가능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오직 현재만이 경건함과 정의로움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몰두하라.”

《명상록》의 핵심적 사상 중 한 가지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소유한 시간은 오직 현재, 이 순간뿐입니다. 새벽 기상은 바로 이 ‘귀중한 현재’를 손안에 두고, 통제할 수 없는 과거의 두려움과 미래의 불안을 떨쳐내는 힘이 됩니다. 그렇게 비워낸 마음을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로 채우는 겁니다.

이렇듯 운명에 맡기는 삶과 이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루의 시작, ‘새벽’을 온전하게 나의 이성과 의지에 따라 설계하는 것입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으십시오. 그리고 그 시작은 새벽 알람이 울리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지혜를 되뇌는 겁니다.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러 일어나는 것”이라고.

<인생을 일으키는 새벽의 힘>


새벽 기상 첫날, 힘겹게 눈을 뜹니다. 창밖은 아직 밤인지 아침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겨우 잠자리에서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래, 일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니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돼.’라고.

멍하니 있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습니다. 정신없이 출근 준비하고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섭니다. 그렇게 어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또다시 알람을 5시로 맞춥니다. 그런데 순간, 이런 식의 새벽 기상으로는 앞으로의 일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록》을 떠올리며 ‘인간으로서의 임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를 운명이라 여기며 외부로부터 비롯된 우선순위에 따라 사는 삶은 나에게 주어진 본연의 임무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다음 날, 여전히 새벽 기상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만은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인간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시작합니다. 그 전략의 핵심은 하루 중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시간을 줄이고 자기 의지와 이성을 담은, 즉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점심시간과 잠자기 전, 새벽 시간에 온전한 자유 의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돼’라는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새벽 기상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없습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로 하루를 채울 때, 운명에 맡기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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