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창밖으로 고요히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물리는 햇빛을 보며 ‘지금의 고난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라는 사실을 깨닫자, 마음에는 ‘감사함’이라는 글자가 새겨집니다. 이때의 감사함은 단순히 주어진 것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닥쳐올 고난을 회피하지 않고 담담히 맞이하겠다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입니다. 달콤한 잠을 벗어나지 못하는 고통조차 이런 다짐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제7권 제64장에서 고통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합니다.
“고통을 마주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라. 고통은 수치가 아니며, 자신의 지배적인 이성이나 공동체 정신에 결코 해를 입히지 않는다. 더불어 에피쿠로스의 말을 되새기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고통은 한계를 가진다. 네 상상력으로 부풀리지만 않는다면 결코 참을 수 없을 만큼 고된 것도 아니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극심한 졸음, 높은 열, 식욕 부진 같은 불쾌한 경험들도 우리가 고통으로 인식하지 않을 뿐 분명한 고통이다. 그러니 이런 일로 불만을 느낄 때는 너 자신에게 단호하게 말하라. ‘너는 고통에 굴복하고 있다.’라고.”
새벽의 불편함을 ‘수치’가 아닌 ‘사실’로 인식하기
마르쿠스는 “고통은 수치가 아니며, 자신의 지배적인 이성이나 공동체 정신에 결코 해를 입히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새벽 5시에 느끼는 나른함,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은 유혹, 신체의 피로감 등은 모두 불편함이라는 형태의 고통입니다.
새벽 기상에 대한 감사함은 바로 이런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해 보십시오. 그 짧은 한마디는 어느새 새벽의 불편함을 이겨낸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확장됩니다. 만약 이 불편함에 감사함이 아닌 불만을 쏟아낸다면, 마르쿠스의 경고를 무시한 자신에게 말해야 합니다. “너는 고통에 굴복하고 있다.”라고.
또한 마르쿠스는 에피쿠로스의 말을 인용해 어리석은 인간의 상상력은 고통의 크기를 부풀리는 데 맞춰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통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상상력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몸에 난 생채기는 아물기 마련이고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집니다. 즉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고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새벽에 느끼는 나른함과 졸음 같은 불편함은 앞서 말한 5분의 의식을 거치면 금세 사라지는 일시적 것들입니다. 그러니 이런 불편함을 ‘하루를 망치는 좌절’이나 ‘극복할 수 없는 벽’으로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상상력은 결국 고통의 실체를 직시하게 못 하게 마음의 눈을 가립니다.
마르쿠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졸음이나 식욕 부진 같은 불쾌한 경험도 고통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뿐 분명한 고통이라고 꼬집어 말합니다. 이 말은 삶의 모든 불쾌한 경험을 ‘고통을 다루는 훈련의 재료’로 삼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이제 감사한 마음으로 새벽의 불편함을 ‘건강한 이성을 기르기 위한 기회’로 여기십시오. 그리고 그 긍정의 기운을 확장해서 일상의 고통을 무던하게 받아들이고, 인생길을 담담히 나아가는 겁니다. 그런 자세야말로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깊고 영속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인생을 일으키는 새벽의 힘>
새벽 기상 후, 가장 먼저 노트에 단단한 필체로 3가지를 적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매번 같습니다.
‘오늘도 고요한 새벽을 맞이한 것에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는 새벽의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인지하게 만드는 주문입니다. 즉, 졸음과 나른함, 피곤함의 크기를 애써 확장하지 않으려는 다짐인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새벽을 기점으로 지난날 감사한 일에 관한 것입니다.
‘어제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당장 오늘 점심에 무얼 먹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이 한마디는 삶의 시계를 늦추고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듭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오늘 하루를 보내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일에 관한 것입니다.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줄 그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이는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를 ‘감사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그날 하루,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한 마음을 아낌없이 전합니다.
고요한 새벽, 어제의 기쁨, 그리고 오늘 누군가로부터 받게 될 배려.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그렇게 감사함으로 가득한 삶에는 더 이상 고통이 남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