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왔습니다. 문을 열고 신발장에 들어서니 정리할 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제 계절이 지나 신발장에 넣어야 할 슬리퍼, 어지럽게 찢어진 채 정리되지 않은 택배박스, 급하게 벗어던진 양말...... 마음 한켠에 '귀찮다'라는 생각이 들자 의외로 쉽게 외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귀찮지만'
귀찮지만 당분간 신지 않을 슬리퍼를 손에 듭니다. 그리고 신발장에 집어넣습니다. 하나가 정리되니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더 거슬립니다. 또 속으로 되뇝니다.
'귀찮지만'
귀찮지만 찢어진 택배박스를 정리해 차곡차곡 쌓습니다. 균일하게 쌓여가는 종이박스에 생각마저 정리되는 기분입니다. 마음속으로 연신 '귀찮지만'을 읊조리며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온 집안이 깨끗해집니다.
고개를 들어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바라봅니다. 그 끝을 바라보고 계단을 오르면 출발을 하기도 전에 힘이 빠질 수 있습니다. 아니, 아예 오르기를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발끝에 닿는 다음 계단을 오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꼭대기를 오르는 일은 눈앞의 한 계단을 오르는 일의 반복일 뿐입니다.
맞습니다. 누구나 다 귀찮습니다. 귀찮지만 누군가는 한걸음을 내딛고 누군가는 꼭대기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합니다. '귀찮아'에서 생각이 멈추는 사람은 인생에서 어렵게 찾아오는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라도 '귀찮지만' 뭔가를 해보세요. 신발장에 널브러져 있는 슬리퍼를 정리했을 뿐인데 온 집안이 말끔해졌습니다. 더불어 아내의 칭찬까지 얻었습니다. 이 얼마나 값진 한걸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