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처럼 아름다운 사진

또는 사진처럼 세밀한 그림

by 책밤

어떤 사람들은 광활한 폭포를 담은 사진을 보고는 '와, 그림처럼 아름답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세밀하게 그린 그림을 보고 '사진처럼 생생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왜 잘 그린 그림은 사진 같다 말하고 잘 찍은 사진은 그림 같다 말하는 걸까요? 아이러니합니다. 공들여서 찍고 그린 결과물이 정작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다니 말이죠.

십여 년 전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에서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젊은 남녀들에게 여러 이성의 사진을 보여준 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꼽으라고 주문합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는 한 가지 숨겨진 장치가 있었습니다. 사진들 중에 피실험자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가상의 인물이 있었던 거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거의 모든 피실험자들이 자신의 모습이 숨겨진 가상의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은 겁니다. 놀랍지 않나요? 뭇사람들은 자신과 반대되는 모습의 사람들에게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실혐의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대체물에 호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으로 생각을 옮겨 봅니다. 언뜻 보기에 사람들은 그림이나 사진, 심지어 사람을 볼 때 있는 모습 그 자체를 보지 않고 그것과 비슷한 대체물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위의 실험에서와 같이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해한다면 이런 현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심미안을 자극하는 대상을 다른 대체물로 표현하는 묘한 심리는 그 아름다움을 확장시켜 본래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그리고 더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 그리고 자신을 닮은 이상형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해됩니다.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모습이 투영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듦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확장하려는 것!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본질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죠.

수많은 비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식 너머에 숨겨져 있는 본마음에는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 의심하는 마음 없이 마음껏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을 외칠 수 있겠습니다.

덩달아 세월을 더해가며 서로 웃는 모습이 닮아가는 아내와 ‘첫 딸은 아버지를 닮는다는 세상의 진리’를 고스란히 타고난 딸아이를 보며 나 자신의 아름다운 확장을 매일 경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