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만 나면 걷고 있는 날 마주한다. 신랑이 등산을 가자고 하면 나는 걷자고 조른다.
"나는 하루 종일도 걸을 수 있어."
이 말을 뱉어서 그랬을까? 신랑이 해파랑길을 데리고 갔다. 나는 3시간 30분 동안 힘든 내색 없이 씩씩하게 걸었다. 해파랑길을 걸은 후 걷는 게 더 좋아진 건 확실하다.
그것도 모자라 요즘은 출근 전 30분씩 걷기를 하고 있다. 여름이 오기 전, 그때도 걷기를 하고 나서 출근을 했다. 그때는 어쨌든 살을 빼려고 악착같이 걸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다. 걷는 게 좋아서 즐기고 있다. 마음가짐이 다르니 더 즐겁기도 하다.
아침 시간을 단단하게 보내고 출근을 하니 하루가 단단해진다. 웬만한 진상환자도 웃으며 대할 수 있고, 노인독감예방접종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실수 없이 일을 해나간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점심을 먹고 나서도 걷는다. 식후 걷기가 혈당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의사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식후 걷기도 주 4일은 하는 것 같다. 점심당직이 걸리면 병원에서 제자리 걷기라도 한다. 걷기에 진심인 듯 한 내 모습이 어쩔 땐 기특하다.
걷기가 운동이다, 아니다는 말이 난무하지만 분명 기분을 좋게 하고 기운이 나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하다.
어제는 우산을 들고 걸었다.
비 오는 아침, 우산을 들고 걷는 맛도 꽤 좋았다. 시원함이 좋아서였을까? 뛰고 싶은 마음도 일었다.
걷다 보면 뛰고 싶을 거라던 한 지인의 이야기가 귓가를 맴돈다.
오늘은 러닝화를 챙겨야겠다. 걷다가 뛰고 싶으면 조금씩 뛰어봐야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