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목욕탕을 좋아하는 편이라, 교토에 살면서도 집 주변의 목욕탕을 다녔다.
그런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목욕탕은 반다이番台식인데다가, 주인장 아주머니가 남자 탈의실 쪽으로 자주 들어오셔서 어느 순간부터 이용하기가 거북해졌다.
그래서 자전거로 10~15분 거리에 있는 후나오카온센船岡温泉을 다니기 시작했다. 후나오카온센은 론리플래닛 일본판에도 실려 있어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교토를 대표하는 목욕탕이다. 히노키탕, 약탕, 초음파탕, 폭포탕 등 다양한 욕조가 있는 데다 노천탕까지 있다. 비를 맞으며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해 비 오는 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게다가 사우나와 냉탕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목욕탕이다.
그러니 교토의 다른 목욕탕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교토의 목욕탕 순례를 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그건 교토시에서 매월 집으로 보내주는 시민신문에 실린 교토의 목욕탕을 소개하는 기사이다.
욕실에 앵무새가 있는 목욕탕, 천수각 같이 멋진 외관을 가진 목욕탕, 우유탕이 있는 목욕탕, 목욕 후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목욕탕 등 매력적인 곳이 많았다.
이 기사를 읽고 목욕탕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20세기 전반의 목욕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목욕탕이 제법 많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지진 등 큰 자연재해가 없었고, 태평양전쟁 때 대규모 공습을 받지 않아, 교토에는 20세기 전반에 지어진 목욕탕 건물이 제법 남아 있다. 교토를 대표하는 목욕탕으로 국가의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후나오카온센船岡温泉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외에도 쵸-쟈유長者湯(1917년), 사쿠라유桜湯(1919년), 교토역 남쪽에는 1928년도에 지어졌다는 히노데유日の出湯가 후시미에는 1931년에 지어진 타카라유宝湯와 신치유新地湯가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백팩에 항상 수건을 넣고 다녔다.
지나가는 길에 목욕탕이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