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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l 31. 2024

아내는 왜? 구두를 좋아할까?

실용성보다 각선미

 어렸을 적 읽은 책 중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뇌리에 남았던 미국 속담이 있었습니다.

 “하이힐을 만든 사람은 키스를 해 본 여성일 것이다.”

 

 초등학생 때 읽은 글귀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를 한 것은 한참 후였습니다. 키스를 할 때 남녀의 키 차이 때문에 남자가 허리를 숙이거나 여자가 발꿈치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하이힐을 만든 것은 루이 14세가 키를 크게 보이기 위해서라거나, 파리의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때문에 오염물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는 등의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힐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내도 예전에는 7cm 이하의 굽에는 눈도 주지 않았습니다. 힐 자체만으로도 예뻐하고, 힐을 신으면 당겨지는 종아리 근육과 다리가 길어 보이며 생기는 각선미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신는 것이 아닌 자기만족이었습니다.  

 

 30대 후반에 발목에 통증이 와서 그 많던 구두를 다 정리했는데 차마 버리지 못하고 남겨놓은 구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피스를 입고, 평소 신던 샌들을 보고 고민하더니 신발장에 고이 모셔둔 구두를 꺼냈습니다.

  “구두 다 정리하지 않았어?”

 “9cm 이상은 이제 못 신을 것 같아서 다 버리고, 7cm 하나만 굽 고친 지 얼마 안돼서 모셔놓았지.”

 “발목 아파서 발목 보호대 하고 다니더니, 이제 조금 살만하다고 다시 신는 거야? 오늘은 샌들 신고, 굽 낮은 걸로 다시 사는 건 어때?”

 “굽 낮은 건 예쁜 게 없어. 7cm는 되어야 예쁘지. 신고 나니 공기가 달라졌어. 봐봐 원피스에 구두가 어울려? 샌들이 어울려? “

 “구두가 훨씬 잘 어울리지. 그런데 발목 괜찮겠어?”

 “실은 플랫 슈즈나 3cm 힐도 있는데, 이게 더 예뻐.”

 

 구두 하나로 출근하는 길인데도 기분이 좋아진 아내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아무도 없을 때 그녀의 입술을 훔쳤습니다.

 “갑자기 뭐야? 누구 오면 어쩌려고? “

 “힐을 신었더니 눈높이가 맞네. 눈이 맞아서 뽀뽀한 거야.”

 “에궁 말이나 못하면.”


 길을 걸어가며, 혹시 모를 아내의 발목 부상이 신경 쓰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인데, 그냥 샌들 신지. 발목에 무리 가는 거 아니야?”

 “아무도 없다니 내가 보고 있는데, 걱정 안 해도 돼. 아프면 사무실에 있는 슬리퍼 신고 올게. 오랜만에 구두 신어서 구두가 수축이 돼있어서 길드느라 통증이 온 것뿐이야. 길 들고 나면 괜찮을 거야.”


 남자인 저로서는 아내의 구두 사랑이 이해가 되진 않지만, 저렇게 해맑게 좋아하는데 뭘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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