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가끔 재수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이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면서, 내가 인생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고작 요맨큼(손으로라도 이 ‘요맨큼’을 보여주고 싶다)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점이
인생이 재수 없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
인과응보라든지 권선징악, 사필귀정 같은 것들은 살면 살수록 미신같이 느껴진다.
그럴 만도 할 만한 사건들이 나와 내 주변에서,
아니 나와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도 늘 벌어진다.
그래서 이제 나에게 남은 인생 사자성어는 ‘새옹지마’ 정도가 되었다.
제3자의 비극이 나에게 와 닿아 마음이
아픈 까닭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간들 모두가 이런 예측 불가한 비극 앞에선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로 제3자의 행운이 나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이 예측 불가한 행운이 언젠간 나에게도 떨어질지 모른다고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복권을 사보는 것이겠지.
이런 까닭에 나는 너무 먼 미래까지 예측해가며 사는 일에는 차차로 흥미를 잃게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예측해서 얻는 결과들이 얼마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다.
지금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내일이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모레 정도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1인분 정도 해내는 것에 고맙고
오늘도 그림을 그렸는데
내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즐겁다.
남들 눈엔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말이다.
수년 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니 살아 있을는지도 감히 예측할 수가 없지만)
다만 오늘 그림을 그리고
그게 즐거웠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내 몫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