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하기도 지치지만 나는 맥주를 참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단언해버릴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1등으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꽤나 즐기는 부류임에는 틀림 없다.
생애 처음으로 가본 런던에서는 이틀간 잠도 자지 않고 펍에서 맥주만 마셔댔으니 좋아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다.
맥주는 주로 시원한 온도에서 즐겨야 하는 술인 데다가 기본적으로 마시는 양이 다른 술에 비해 많기 때문에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계절이나 몸 상태도 있게 마련이다.
가령 겨울에 맥주를 너무 벌컥벌컥 마시면 추위에 떨어 고생해야 하고 배가 너무 부르면 쉽사리 들어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즐기며 마시는 노하우가 쌓였을 만큼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맥주의 향, 맛, 톡 쏘는 질감, 영롱하고 따뜻한 색 그리고 도수까지도 사랑한다.
체질적으로도 참 잘 맞기 때문에 때로는 내 미토콘드리아에서부터 이 친구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고도 생각한다. 멍청한 생각이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마음이야 하늘 같지만 공부를 하며 마신다기보다는 몸으로 부대껴서 배운 것이 전부라 체계적으로 알려줄 것은 못 된다.
그래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음용 권장 사항을 몇 가지 늘어놓으려 한다.
아주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말고는 큰 의미 없으니 가볍게 읽어주시길.
첫 번째, 여름낮의 맥주는 무엇이 좋을까?
라거 계열을 추천한다. 산뜻한 노란색은 기분을 좋게 만들 뿐 아니라 라거의 가벼운 도수와 향도
한낮의 더위를 물리치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목젖을 치는 그 청량한 타격감 덕에 적은 양으로도 기분을 내기에 충분하다. 하루는 24시간이고 낮을 보내도 밤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너무 도수가 높은 맥주는 남은 시간을 버티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낮의 맥주는 되도록 가볍고 도수가 낮은 라거 계열을 추천한다.
330밀리리터 한 병 혹은 500밀리리터 한 캔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일과를 끝낸 후 즐기는 여름 밤의 맥주는 무엇이 좋을까?
낮에 마신 가볍고 산뜻한 라거 맥주보다는 도수가 조금 높고 고유의 향이 매력적인 에일을 추천한다. 종류마다 그 향과 질감 그리고 도수도 너무나 다양하여 특정한 것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나의 경우 캐릭터가 너무 드센 에일은 여름밤엔 피하는 편이다. 밤에도 더운 여름에는 아무리 에일이라도 청량감이 살아 있는 것이 더위를 이겨내기에 좋다.
또한 맥주의 계절 여름에 어찌 한두 병만 마실 수 있겠는가? 이 계절이 아니면 시원한 맥주를 양껏 즐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양껏 즐겨도 부담 없는 종류의 에일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이 너무 세지 않고 도수도 대략 8도 이하의 것이 좋다.
세 번째로, 커피 대신 조금씩 음미하며 약간의 알코올을 느끼고 싶을 때는 스타우트를 추천한다.
스타우트는 흑맥주를 말하는데 청량함은 덜하지만 묵직한 부드러움이 있고 고소한 맛이 있어서 조금씩 음미하기에 적합하다.
개인적으로는 바닐라, 커피, 초콜릿 향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스타우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며 작업하는 날에는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스타우트로 커피를 대신한다.
한 입 한 입 마시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시나브로 취기가 도는데 그럴 때 창밖을 한번 봐주면 ‘아, 사는 것 참 느긋하고 좋다’ 하면서
신선놀음도 할 수 있고 새삼 행복해진다.
(전문은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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