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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Apr 17. 2018

10화 모두에게 응원받을 순 없다


기왕 시작한 것, 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응원이나 좀 해주면 어디 덧나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사랑 받는 것만큼이나 모두에게 응원 받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들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렇다.


 “나 이런 것 해보려고 해”라고 선포한다면 아마 지인으로부터는 “그렇구나! 잘 될거야” 정도의 응답을 받을 것이고, 친한 친구로부터는 “정말? 흠, 그렇구나. 그래. 네가 그렇게 하기로 했을 땐 이유가 있겠지”라는 응답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면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 맞아?” 하고 못 미더운 얼굴로 되물을 가능성이 높다. 더 격한 표현을 써서 되물을지도 모른다(가령 “미쳤어?”라든지). 선포한 내용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아마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누구보다 응원을 바라는 것은 지인보다도, 친구보다도 가족일 터인데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욱 서로를 응원해주지 않는다. 가족일수록 더 웃는 낯으로 나의 선택을 믿고 응원해주면 안 되나.

언젠가 내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혼자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에도, 수년 전 입사를 앞두고 혼자 제주도에서 일주일간 머물고 오겠다 했을 때에도, 합격한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바로 전공도 아닌 그림을 그리겠다며 선포했을 때에도 가족이 만장일치로 나의 선택을 응원해준 적이 없다. 꼭 누군가는 반기를 들거나 머리를 싸매고 누웠고, 그러기로 나는 마음먹었는데 반대하는 가족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어린 마음엔 그게 불만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협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뭐든 시작하고 싶다고!

 

하지만 반대로 내가 그 찬반의 일원이 되었을 때를 떠올리면 나도 막상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낼 순 없었다.

오빠가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에도 그랬고 아버지가 큰 TV를 사야겠다고 할 때에도 그랬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을 땐 이유가 있겠지. 언제나 곁에서 응원할게” 혹은 “난 찬성이야. 좋아!” 하며 고분고분하게 대꾸하질 못했다. “안정적인데 왜? 이직하면 더 나아지는 게 맞아?”라든지 “이미 TV가 있는데 얼마나 본다고 그렇게 큰 걸!”이라고 했던 것 같다. 더 세게 말했을 가능성도 높다.

어차피 결정권은 그들의 손에 있는 노릇이고 나보다 수배로 더 고민했을 사람들에게 나는 너무 쉽게도 반대를 했다. 내 입장에선 소중한 사람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런 내가 가족 모두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고 고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이 소중할수록 나는 쉽게 응원할 수 없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건 가족뿐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렇다.


모두에게 응원 받는 일은 이런 다소 애틋한 이유로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모두의 무조건적인 협조와 신속한 응원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시작하고픈 마음은 욕심이다. 얼마간은 못 미더워하고 걱정하는 분위기 속에 놓일지라도 결국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은 내 시작과 선택에 쉽사리 응원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훗날 내 선택으로 인해 후회로 점철된 날들이 이어지더라도 내 옆에서 기댈 어깨를 내어줄 사람들. 그 사람들은 우릴 쉽게 응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난주 물회를 먹으러 갔던 횟집에서 아버지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벌이는 되는 거냐, 그렇게까지 고생해서 하는 게 맞는 거냐”라고 물었다. 역시나 대인배는 못 되는 탓에 욱해서 “이미 두 해째 하고 있는데 그런 걱정이라면 그만! 알아서 한다구요”라는 말이 올라왔지만 광어회 한 점과 함께 삼켰다. 예전엔 바로 앞니까지 차올랐다면 이제는 명치 정도까지 올라온다. 무슨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아빠, 걱정해주어 고마워요. 더 큰 TV 사는 일 응원해주지 못해 나도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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