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징후

화면을 끄지 못하던 밤

by 우리의 모든 순간

애착을 검색하던 손이 문득 멈췄다.


영상 속 아이는 엄마가 사라지자 울음을 터뜨렸고, 잠시 뒤 품에 안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기댔다.


다른 영상을 눌렀다. 애착 유형, 반응성, 눈 맞춤…. 낯선 단어들이 차례로 화면에 떠올랐다. 스크롤을 내리던 손이 문득 멈췄다.


'혼란 애착…?'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하지만 그 단어보다 먼저 떠오른 건 아이의 얼굴이 아니었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등, 내 손을 피해 빠져나가던 몸이었다.


나는 화면을 껐다. 아직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다음 날, 나는 애써 다른 이유를 찾았다. 코로나, 임신 기간, 집 안에만 머물렀던 시간들.


‘밖에 못 나가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그 생각은 이상하게도 안심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새 신발을 주문했다.


우리의 거실은 여전히 텔레비전 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둘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그마한 얼굴은 평온한 얼굴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괜찮다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오후가 되어 작은 신발 상자가 도착했다. 아이의 발을 잡고 천천히 신발을 신겨 바닥에 내려놓자, 아이는 한 발을 떼고 멈췄다.


다시 한 발, 그리고 또 멈췄다.

그 걸음은 이상하리만큼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시선을 떨궜다.


‘… 너무 조심했구나.’


마스크를 씌우려 하자 아이는 손으로 밀어냈다. 다시 시도하자 더 강하게 거부했다. 결국 마스크는 포기하고 손을 잡아보려 했지만, 작은 손은 거칠게 빠져나갔다.


조금 전까지 마음속으로 되뇌던 다짐이 조용히 식어 갔다.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잠시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손잡이를 잡은 채, 한 박자 늦게 숨을 내쉬었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천천히 안으로 스며들었다.


아이를 향해 고개를 기울이며 부드럽게 손짓했다. 나는 밝은 표정을 만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가자.”


아이의 시선은 잠시 문 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도 다가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돌아가 아이를 번쩍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넓은 공원에 도착하고, 유아차에 앉아있던 아이를 내려놓았다. 조심스럽던 아이의 발걸음은 곧장 앞으로만 향했다. 급히 따라가 손을 잡으려 했지만, 아이는 주저앉았다가 내 손을 피해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뒤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 뒷모습이, 나를 피해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걸음을 늦췄다. 아이를 부르지도, 잡지도 않았다. 그저 멀어지는 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이의 영상을 찍던 남편이 그 뒤를 쫓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또 지나가고 있었다.


며칠 후, 우연히 자폐 아동 부모들의 경험을 다룬 영상을 보게 되었다. 무심코 틀어 놓은 화면에서 한 문장이 흘러나왔다.


“순한 아이가 반드시 안정적인 건 아닙니다.”


고개를 들고 화면을 바라봤다.


“눈 맞춤이 적고, 낯가림이 없고, 부모를 찾는 반응이 약한 경우… 초기 징후일 수 있습니다.”


설명은 지나치게 차분했고, 그래서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결국 끝까지 보지 못하고 화면을 꺼 버렸다.


그날 밤, 나는 남편에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둘째 새벽 수유 때문에 당분간 다른 방에서 잘게.”


핑계는 충분히 그럴듯했다. 하지만 내가 피하고 싶었던 건 잠이 아니었다. 생각이었다.


새벽이 깊어졌다. 시계를 보지 않았지만,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켠 채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발달, 반응성, 애착, 자폐 스펙트럼. 단어들이 차례로 내 위에 쌓여 갔다.


읽을수록 확신이 생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이 조금씩 자리를 넓혀 갔다. 이름 붙이기 전의 감정처럼.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확인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

불안만은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나는, 끝내 화면을 끄지 못했다.

목, 일 연재
이전 04화(3회) 돌아보지 않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