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돌아보지 않는 등

시선이 닿지 않던 계절

by 우리의 모든 순간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갔다.


둘째를 품에 안은 채 첫째의 등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작은 어깨가 둥글게 말려 있었다. 화면 속 빛이 번갈아 그 등을 스쳤다. 빨강, 파랑, 노랑. 색은 바뀌었지만 아이의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정말 괜찮아질까. 언제쯤이면.’


대답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다, 출산 전의 시간이 떠올랐다. 바쁘게 일하던 석 달. 늦은 밤에야 겨우 작업실 계단에서 내려와, 잠들기 전 잠깐 마주했던 얼굴.


그 시절의 아이는 웃었다.

내 장난을 받아 주며,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깜짝 이벤트처럼 낮에 잠깐 내려가서 아이를 번쩍 안았던 날도 있었다. 내 허리춤에 머문 작은 두 발이 허공에서 흔들렸고, 작은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내 기억 속, 내 품에 있던 그 모습이 생생한데.

저기 앉아 있는 아이가 그때 그 아이가 맞는지.


나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이와 함께 TV를 보고 있던 남편에게 다시 말을 꺼냈다.


“여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 것 같아.”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왔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원래 애들은 이맘때 엄마를 찾는 게 맞잖아.”


남편은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내 말에 답하며 말했다.


“원래 낯가림도 없었고, 잘 울지도 않고, 순했잖아.”

“그렇지만 얘는… 나를 보잖아.”


나는 품에 안긴 둘째를 바라보며 말을 흐렸다. 그의 입가에서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그런 애들도 있는 거고, 이런 애들도 있는 거고. 애들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지.”


그 말을 끝으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나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는 여전히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평상시와 같이 둘째를 안아 들었다.


그때였다. 둘째가 웃었다.


아주 작은 입이 벌어지고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웃었다.


생애 첫 웃음. 순간 숨이 멎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동시에 무언가가 툭 하고 내려앉았다.


해맑은 온기가 내 팔 안에서 번졌지만, 마음속 아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 시선은 다시 눈앞의 여린 뒷모습으로 향했다.


‘어떻게 하면 네가 다시 나에게로 올까.’


아이의 등은 여전히 둥글었고, 화면 속 빛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친정엄마였다.


“몸조리는 잘하고 있니?”


그 말을 시작으로 짧은 안부가 오갔다. 나는 품 안에 있던 둘째의 가느다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 근데 엄마, 첫째... 안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엄마의 한숨이 짙게 깔렸다.

그리고 말소리가 이어졌다.


“멀쩡하게 잘 크는 애를 왜 자꾸 걱정해.”

“아니, 아기가 엄마를 안 찾아. 이상하잖아.”


내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애들이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시간 지나면 알아서 잘 크는 걸 자꾸 걱정하네.”


숨이 턱 막혀 왔다. 나는 주먹을 쥐고 따지듯 소리쳤다.


“그게 하필이면, 왜 내가 돌아온 지금이냐고!”


내가 울먹이든, 소리치든. 아무런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의 거실에는 텔레비전 소리만 공허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난감이 흩어진 거실. 그 가운데서 아이의 눈에는 TV 속 화면만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 작은 눈동자를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다.


그 이후.

내 주변은 나를 ‘산후 우울증’이라 불렀다.

그리고 나는, 아이의 증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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