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닫힌 문 앞의 이방인

내 아이의 곁에서 이방인이 되던 순간

by 우리의 모든 순간

조리원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났다. 시간은 무심히도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의 눈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 안의 공기는 멈춰 있는 듯했다.


‘설마 자폐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주변에서는 "절대 아닐 거다", "크면 다 괜찮아진다"라며 나를 위로했지만, 내 안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 생각할수록, 더 또렷해졌다.


결국 나는 또다시 둘째를 품에 안았다. 포근한 온기와 함께 코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향기. 그 작은 체온에, 조금 전까지 나를 조이던 생각들이 잠시 풀어졌다.

그래. 분명 첫째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생각했다.


‘... 검사를 받아보자. ’


내가 원했던 건, 전문가의 입에서 나오는 ‘아니다’라는 단호한 확신이었다. 그 한마디면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유명하다는 소아정신과에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현실은 차가웠다. 최소 6개월 대기. 이름난 곳은 2년이라고 했다.


“유명한 곳은 2년 대기래. 어떤 사람들은 아기 태어나기도 전에 미리 대기 걸어 놔야 한다고 하더라.”


남편에게 털어놓으며 나는 허무하게 웃었다. 웃음 끝이 썼다. 당장 내일의 아이 모습도 두려운데, 2년을 어떻게 기다린단 말인가. 미친 듯이 검색을 이어 가다, 우회 방법으로 재활의학과 진료를 통해 발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되든 안 되든 직접 가 봐야겠어.”


그날 오후, 나는 아기 띠를 매고 첫째와 함께 무작정 재활의학과로 향했다. 다행히 대기실은 한산했다. 접수를 마치고 초조하게 서성일 때,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아기 키 좀 재야 해서요. 여기 눕혀 주세요.”


아기 띠를 풀고 품에 안겨 있던 아이를 차가운 키 재기 판 위에 내려놓았다. 순간 아이의 몸이 흠칫 굳어지더니, 이내 격렬한 발버둥이 시작됐다.


“잠깐만, 키만 잴 거야. 금방 끝나. 괜찮아.”


애써 다정하게 달랬지만 소용없었다. 아이의 거부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져 갔고, 결국 간호사와 내가 양쪽에서 아이의 작은 손과 발을 단단히 붙잡고 결박하듯 억눌러야만 했다.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울음을 터뜨리며 온몸의 힘을 다해 그 상황을 벗어나려 애썼다.


“다 됐어요. 아기 안아 주셔도 돼요.”


간호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서둘러 아이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아이는 더 크게 울부짖으며 몸을 뻗쳤다. 어떻게든 내게서 벗어나려는 듯이. 등을 살며시 쓸어내려 보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진정되지 않고 대기실을 날카롭게 찢었다.


온몸으로 나를 밀어내는 아이를 안고, 쩔쩔매던 그 순간.


‘엄마가 아이를 못 달래네.’


아주 오래전, 밖에서 우는 아이를 두고 쩔쩔매던 어떤 부모를 보며 속으로 삼켰던 차가운 문장. 그 오만했던 화살이 시간을 건너뛰어 정확히 내 가슴에 꽂혔다.


그 말이 나를 향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 나는 어떻게든 아이를 달래 보려 했지만 나를 밀어내는 아이의 완강한 힘과 거부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허탈하게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주변의 시선이 조용히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침묵이, 더 따갑게 느껴졌다. 바닥에 선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시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흠칫 놀라며 내 손을 피했다. 나는 내 아이의 곁에서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그저 멀뚱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홀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아이는, 울음이 조금 잦아들자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등지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를 비껴가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더 아픈 것은, 차가운 병원 바닥 위로 도망치듯 멀어지는 아이의 작은 맨발이었다.


급히 따라가 손을 잡으려 했지만, 아이는 주저앉았다가 내 손을 피해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뒤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때였다.

아이의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서둘러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애써 입꼬리를 올린 채 진료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덜컹.

진료실 문이 무겁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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