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 친구

새로운 친구

by 지니샘 Mar 05. 2025

 모두에게 신학기 파이팅을 전하고 잠든 어젯밤, 일어나니 개강을 축하하는 카톡이 와있다. 늘어지게 늦잠 잘 수 있는 날이지만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기로 했다. 대충 어떤 하루를 보낼지 어제 그림을 그려보았다. 나를 조으는 것 같아 싫던 분단위 일정까지 계획하며 청사진을 만들었다. '이대로 지켜질 수 있겠나?' 차이가 나도 괜찮다. 세세한 시간을 적지 않으려다 일단 적어보기로 했다. 유치원에 있다면 내가 정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일과에 맞게 흘러가는 시간인데 여기서는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진짜 저 멀리로 흘러가버릴 것만 같아 아찔했다.


 여섯 시 반, 눈을 떴다.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다. 생각보다 조금 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꿈인 듯 현실인 듯 혼동하는 나를 휴대폰이 '현실이다!' 알려주는 듯했다. 정신 차리고 물을 끓였다. 따뜻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다. 물이 끓는 동안 멈칫 다른 콘센트에 연결해 국을 데우려다 책을 정리했다. 바글바글 데워지는 물소리를 배경 삼아 눈을 감았다. 뎅뎅 싱잉볼 소리에 맞게 명상을 시작한 나. 이러고 싶어서 혼자 살고 싶었다. 아무도 내가 명상하고 스트레칭하는 걸 몰랐으면 좋겠다. 그래야지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에 숨이 들어갔다 나오는데 집중하는 명상 시간을 달게 보내고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했다. 4년 전 자취 할 때 이후로 하지 않았던 스트레칭이 반가웠다. 쭈욱 위로 올라가지 않는 다리를 내버려 두고 몸과 마음을 풀었다. 어제 찾아놓은 필사 문구를 적고 오늘 할 일정을 한 번 더 정리하며 의지를 다졌다. 나 혼자만의 비밀처럼 아침 내 시간을 남기고 싶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내가 빠트린 게 없는지 확인했다. 헬스장 가는 길이 너무나도 설렌다. 한두 알씩 바람 타고 스쳐가는 눈에도 나의 설렘을 담아 헬스장에 도착해 1시간 바짝 몸을 단련했다. 그동안 게으름에 못 왔던 나를 꾸짖는 몸뚱이와 근력들에 미안함을 표현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상쾌한 운동 끝에 마무리까지 확실히 하고 나왔다.


 선물 같았다. 오늘 아침을 알차게 보낸 나에게 보내진 선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쁨이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샤워실에서 인사 나눈 할머님이 전해주신 우산을 들고 집까지 가며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새로운 날, 새로운 친구라니. 너무 좋다. 내리는 모습도, 여럿이 함께 하는 풍경도, 하나씩 들여다보아도 멋진 눈이라는 친구가. 남쪽나라에서 온 나에게 너무나도 행복하게 하는 친구가 생겼다. 누군가 '아직은' 너를 행복하게 하는 친구라고 말하는 나의 친구! 고마워 눈아!

작가의 이전글 잘 살게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