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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May 03. 2024

Mayday?! Mayday!!

2024년 5월 첫째주

금주의 문장 : Mayday?! Mayday!!


출처 : Youtube @런닝맨 - 스브스 공식 채널


"재스기형! 재스기형!" 


이광수가 유재석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다급히 내뱉는 말입니다. 그 느낌이 단전까지 지릿하게 전해져 오지 않나요? 눈 앞에서 성난 김종국이 이름표를 뜯으러 뛰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간절히 "Mayday! Mayday!" 라며 SOS를 치는 거죠. 오늘은 바로 이 Mayday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근로자의 날, Mayday


지난 수요일은 근로자의 날이었습니다. 모두들 편히 쉬셨나요. 물론 전 쉬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요일 '근로자의 날'은 영어로는 Mayday(혹은 Worker's Day)입니다.


유래는 ‘와서 도와줘요(Come and Help me)’라는 뜻을 나타내는 프랑스어 "venez m’aider"(심지어 어떻게 읽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합니다.


그런 유래를 아는 게 우리 인생에서 하등 쓸모가 없다는 것쯤은 모두 아실테죠.

그래서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색다른 방식으로 근로자의 날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근로자의날법)'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보죠. 법 조항을 다 가져와봤습니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有給休日)로 한다.


(쉽게 말하자면) "5월 1일은 <돈 받고 쉬는 날>로 정하고, 이름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할게!" 끝.


으잉? 잘못 옮겨적은 게 아닙니다. 이 법은 한 줄이 끝입니다. '이렇게 짧다고? 아니 도대체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만든거야? 일을 제대로 안 한 건가?' 궁금하실 법도 합니다. 


자, 제정 이유(법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설명한 이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법치국가에서의 법 문장은 일반 국민이 쉽게 읽고 이해해서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의 법 문장은 용어 등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국민의 일상적인 언어생활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음. 이에 따라... 법 문장의 표기를 한글화하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며 복잡한 문장은 체계를 정리하여...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언어생활에도 맞는 법률이 되도록 하여 (후략)


그러니까 일부러 쉽게 썼다는 말이네요. 

법이 국민과 가까워지기 위해 손 내민 방식이 바로 이 근로자의날법인 셈인거구요.



법의 주인


그런데 이 제정 이유의 핵심은 가장 마지막에 나와있습니다. 후략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공무원이나 법률 전문가 중심의 법률 문화를
국민 중심의 법률 문화로 바꾸려는 것임


이 대목에서 박수를 쳤습니다. 기존에 잘못된 관행들을 깔끔하게 인정하면서도 앞으로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얘기했다는 점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였달까요.


법. 어렵죠.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말들이 수두룩하죠.


하지만 법은 공무원이나 법률 전문가가 독점한 소유물이 아닙니다. 

법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국민이 법에 종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국민에게 종속돼 있어야 합니다.


@네이버 영화 변호인 


그래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명대사처럼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과 국민 생활의 예측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교과서에 명시돼있습니다(제가 그렇게 배웠단 뜻입니다).



주인이 되지 못한 근로자

그런데 정작 근로자의 날에 이슈가 됐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20240501 한국일보 發)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규모와 업종 등에 관계없이 노동절에 일하지 않더라도 임금을 주도록 보장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달 23, 24일 직장인 1,076명에게 물어봤더니, 4명 중 1명(24.3%)이 이날 출근한다고 답했다."


근로자의 날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니, 많았습니다.

출근하지 않으면 돈을 못 받는 사람 역시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노동절이 옳은 표현이냐, 근로자의 날이 옳은 표현이냐'는 논쟁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근로자의 날에 출근했던 저의 알바생 친구, 회사원 동생, 간호사 형, 카페 사장 누나는 그저 관성대로 하루를 더 살아냈을 뿐이니까요.




그러니까 근로자의 날이 뭐냐면..뭐냐면...그게 말이야...


근로자의 날에 주인의식, 즉 '국민 주권'을 되새겨봅니다.


[1] 분명히 법의 주인인 내(국민)가 법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2] 법이 '주인님은 쉬어야 합니다'(심지어 돈 받고!)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3] 주인은 법을 무시하고 일을 합니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된, 이 아이러니를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우리의 어린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요. 

일 년에 단 하루도 '어른들을 위한 날'은 없다고, 

'근로자의 날은 어린이날과 달리 그냥 껍데기'라고, 

'그저 어른들의 허례허식에 불과하다'고 말해줘야 하는걸까요.


"근로자의 날이란 건 어른들이 돈 받고 하루 일을 쉬는 날이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게..." 차마 뒷말을 이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근로자의 날에 출근한, 제 스스로가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이번주였습니다.


근로자의 날 Mayday에 마음 속으로 수없이 'Mayday!'를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마음 속 깊이 응원합니다.


[정보]

1. 1963년 만들어진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최초 근로자의 날은 3월 10일이었으나, 1994년 이후 5월 1일로 바뀌었다.

2. 1963년 근로자의 날을 만든 최초 이유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근로자들의 근로의욕 고취'였다.

3. 2016년 이후 '근로자의날법'은 국민중심 법률문화를 대표하는 법이 되었다.

3. 따라서 '근로자의 날'이 단순히 '일하는 사람들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한 날'이라는 생각은 1963년에 멈춰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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