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여름처럼 푸르기만한 일상을 살다가 가을날 부서지듯 날려 사라지고 마는 낙엽 같은 죽음을 느닷없이 경험한다.
그렇게 한동안은 빈 나뭇가지에 흰 눈이 제 마음대로 내려앉아 얼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듯 공허한 시간들을 보내다, 3월이 되면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찬 가지에 여린 연둣빛의 잎이 움트듯 산 사람은 결국 살아 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봄날, 벚나무에 만개한 얇은 꽃들을 한참 올려다보다가 색을 잃고 죽어간 단풍잎이 잠깐 겹쳐 보여, 그냥 눈을 감아 버리고 허공에 손을 내밀어 본다.
혹시 당신을 잊고 살고 있지 않았는지 이 땅의 사람이 야속해 당신을 기억하라 하며 작고 고운 꽃잎으로나마 그리 희게 흩날리는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