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 할 수 있는데...
창고 관리만 30년을 했다. 처음에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재 관리, 재고 배치, 출하 스케줄 조정까지 도맡았다.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눈 감고도 알 수 있었고, 창고에서 운용되는 지게차 같은 장비도 다 다룰 줄 안다. 정년퇴직 후 1년을 쉬면서도,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퇴직금으로 생활하긴 했지만, 점점 불안해졌다. 이제 다시 일할 때라고 생각했다. 창고 관리 경험이 많으니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직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창고 관리직 채용 공고는 많았다. 마음에 드는 공고 몇 개를 골라 전화를 걸었다.
“연령이 어떻게 되세요?”
“예, 65세입니다.”
“아… 죄송하지만, 저희는 50세 이하로만 채용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듣자마자 채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몇 번 같은 답변을 들으니 점점 현실이 실감 났다. 이제는 경력자가 아니라, 나이 많은 지원자가 됐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렵게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이 돌아왔다.
“거리가 너무 먼데, 출퇴근 힘들지 않으시겠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다 30대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창고 관리라는 게 젊은 직원들과 힘을 합쳐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나이 때문에 적응이 어렵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깔린 질문이었다. 나는 당연히 문제없다고 했지만, 결국 합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소개해준 상담사 하고 전화통화를 했다. 지역마다 산업이 다르고, 직업군이 다르다 보니, 내가 원하는 일은 00시 관내 지역보다는 공장이 많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하면서 멀리 일하러 갈 수는 없지 않나? 나 혼자 몸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었겠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가 아니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을 골라야 할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체면을 내려놓고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보기로 했다.
일을 찾는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단순히 경험이 많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지금 내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