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맞는 속도를 찾을 시간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본다. 예전에는 머리를 쓸어 넘기고 옷깃만 단정히 하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일어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허리는 굳어 있고, 무릎은 아침마다 한 번씩 삐걱거린다. 조심히 일어나 욕실로 가는데, 순간 균형이 흔들린다. ‘뭐야, 내가 왜 이러지?’ 스스로도 낯설다.
퇴직한 지 벌써 3년. 처음에는 느긋했다. 어차피 한동안은 쉴 거니까. 오랜 시간 바쁘게 살아왔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점 굳어갔다. 움직일 일이 적어지자, 체력이 떨어졌다. 전에는 한두 시간 걷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마냥 쉴 수도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이렇게 지내면 더 무기력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무리한 일은 아니어도 간단한 일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쉽지 않았다.
한 번은 00시 00 공원 물놀이터에서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한 달간 해본 적이 있었다. ‘아이들 지켜보는 일이면 크게 힘들 것도 없겠지’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전혀 달랐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몇 시간씩 서 있어야 했고,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온몸이 뻐근했다. 며칠 지나자 다리가 묵직하게 느껴졌고, 무릎도 욱신거렸다. ‘이 정도도 못 버티나?’ 싶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일을 그만둔 날, 나는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깐 쉬면 금방 나아졌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운동을 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젊었을 때처럼 무작정 뛰거나 헬스장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마음이었다. 몸이 무거워지니, 마음도 함께 무거워졌다. 일어나서 하루를 보내는 게 예전처럼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젊을 때는 나이를 먹어도 비슷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몸이 변하면, 모든 게 변했다.
주변에서는 "이제 좀 쉬어야 할 때 아니냐"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더 불편했다. 마음만은 아직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동네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분만 걸어도 숨이 차서 벤치에 앉았지만, 몇 주 지나니 조금씩 걸을 만해졌다. 아직도 예전처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천천히라도 해보려고 한다. 이젠 무리하지 않고, 지금 내 몸에 맞는 속도를 찾아야 할 때다. 어쩌면 그게, 마음을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